“대형 증권사만 유리, 중소형 참여 제한해”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시장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함께 나오는 등 전망이 엇갈렸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26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투자은행에 기업금융 기능을 부여하고 헤지펀드 운용을 허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고 눌러왔던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는 것이다.

또한 실권주를 제3자에게 배정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기업들이 의견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주식을 빌려와 의결권을 행사하는 ‘섀도보팅제(Shadow Voting, 중립투표)’도 오는 2015년부터 폐지된다. 특히 대체거래시스템(ATS)을 도입해 한국거래소의 주식거래 독점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증권산업의 구조재편 및 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고 평가가 나온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27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중) 주목하는 것은 금융투자 산업 활성화 및 자본시장 인프라 강화 방안”이라며 “특히 3조 원이라는 자본규제를 통해 새로운 사업의 진입 장벽을 구축, 증권산업의 구조 개편 및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개정에 따라 대형 증권주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대형IB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투자증권을 최대 수혜로 보며 미래에셋증권은 조속한 자본 확충 시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규제 완화를 통한 대형사들의 수혜가 기대된다”라며 “특히 증권산업의 성장성이 둔화된 상황이라는 점은 대형사만의 차별적인 성장모멘텀 향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인 증권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해 기업 M&A와 신생기업에 대한 투·융자 등 투자은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이 3조 원에 근접한 대우 현대 삼성 우리투자 등 상위 5개사 증권사는 프라임브로커 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불만이 높다. 자기자본을 과다 산정해 중소형 증권사의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권주: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인수되지 않거나 인수가 됐어도 납입 기일까지 납입되지 않아 권리를 상실한 잔여 주식을 말한다.

※프라임브로커(prime broker): 헤지펀드 설립 지원부터 자금모집, 운용자금대출, 주식매매위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의 주요 업무영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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