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 30분께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물품보관함에 1천만원을 넣어 보이스피싱 범인들에게 전달하려던 80대 할머니를 위기에서 구해낸 최재표 부역장 (제공: 서울교통공사) ⓒ천지일보 2021.7.8
8일 오전 10시 30분께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물품보관함에 1천만원을 넣어 보이스피싱 범인들에게 전달하려던 80대 할머니를 위기에서 구해낸 최재표 부역장 (제공: 서울교통공사) ⓒ천지일보 2021.7.8

범인들, 땅 재개발 보상금 수령 명단 입수해 접근

방배역 직원, 번뜩이는 판단으로 시간 끌며 경찰에 신고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80대 노인이 보이스피싱 사기로 거금 1천만원을 잃을 뻔했으나 지하철역에서 직원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8일 서울교통공사(사장 김상범)에 따르면 8일 오전 10시 30분께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물품보관함에 1천만원을 넣어 보이스피싱 범인들에게 전달하려던 80대 노인이 역사 직원의 도움으로 위기 상황을 막았다.

이날 당시 고객안전실에 “한 할머니가 물품보관함 앞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근무 중이던 최재표 부역장이 곧바로 물품보관함 앞에 가봤더니 80대 후반의 한 할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쪼그린 채 보따리를 안고 있었던 것. 최 부역장은 할머니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고, 할머니는 몸을 떨며 “보따리를 물품보관함 안에 잘 넣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고 힘겹게 대답했다.

최 부역장은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임을 직감했고, 주위를 둘러보니 수상한 인기척도 느껴졌다고 전했다. 최 부역장은 우선 자신이 물품보관함 조작을 도와주겠다고 할머니를 안심시킨 뒤 고의로 시간을 끌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약 10분 뒤 방배1파출소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했고, 보따리 안을 확인해 보니 5만원 다발로 현금 1천만원이 들어있었다. 경찰이 온 것이 확인되자 보이스피싱 범인들도 곧바로 할머니와의 전화를 끊었다.

할머니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이 돈을 다시 은행에 입금해 자칫 날릴 뻔한 돈을 지킬 수 있었다.

할머니를 통해 파악한 결과 보이스피싱 범인들은 방배역 인근 땅 재개발 보상금 수령자 명단을 입수해 이 명단에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시도한 것이다. 범인들은 “통장에 돈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 위험하다”면서 보상금 중 1천만원을 먼저 인출해 물품보관함에 넣어놔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 부역장은 “평소처럼 친절히 물품보관함 이용법을 잘 모르는 어르신을 도와드리려 했는데,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생각한 후 위기 상황임을 직감했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돼 바로 신고한 덕분에 할머니의 돈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며 “고객안전실로 상황을 곧바로 신고해 주신 시민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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