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만 문화예술 사업을 후원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사회 공헌활동의 하나로 ‘메세나’ 활동이 주목받으면서 중소기업들과 중견기업들도 문화예술 후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가 발표한 지난해 ‘아트&비즈니스 사업’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과 문화단체 결연 23건, 중소기업 결연 50건으로 대기업보다 오히려 더 많은 중소기업이 문화예술 저변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성도GL, 직원‧거래처 모두 함께 ‘문화 활동’

▲ 성도GL이 미술문화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문화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난 2008년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 개관한 복합 문화공간 ‘공간 퍼플’ (사진제공: 성도GL)

후지필름사의 한국 총대리점인 (주)성도GL은 문화 후원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가운데 문화 경영에 성공한 기업으로 불린다.

이 회사의 적극적인 문화 후원은 2007년 한국메세나협의회를 통해 ‘헤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중소기업 매칭 펀드를 맺으면서 시작됐다. 이때부터 이 회사는 정기적으로 매년 봄‧가을에 연주회를 열고 있다.

이어 2008년에는 아예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 문화공간 ‘퍼플’을 설립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도 칭찬한 퍼플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복합 미술 공간이다. 시민과 예술 단체를 향해 열려 있는 이 공간에서는 1년에 4회씩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료 음악회도 열린다.

이뿐 아니라 100%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된 많은 불우 청소년들의 문화 체험활동을 도우려 기금을 모으고 있다.

직원이 급여 1%를 기부하면 회사도 동일하게 1%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모이는 돈은 연간 5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문화예술계를 도우며 문화 활성에 기여할 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도 ‘문화’를 접목해 경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부친을 이어 2002년부터 성도GL을 진두지휘한 김상래 대표는 회사의 고질적인 술 접대 문화를 없애고 대신 오케스트라 연주회나 뮤지컬 공연을 함께 보는 ‘문화 접대’를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때부터 거래처 접대뿐 아니라 신입사원 환영회도 술자리 대신 공연장을 선택해 함께 콘서트를 보며 진행하고 있다. 또 임직원과 가족을 위한 공연과 전시회도 해마다 몇 차례씩 마련한다.

이런 성도GL의 문화경영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중소기업문화대상’을 수여했으며 2000년 20%에 달했던 이직률을 현재 2~3%대까지 끌어내리는데도 도움을 줬다.

◆ 동일방직, 국외서도 꾸준히 예술인 후원

각종 사류 및 직물류를 생산‧판매하는 동일방직도 지난 2003년부터 미술계를 향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2003년부터 프랑스 파리에 세운 ‘정헌메세나’를 통해 유럽에서 활동하는 35세 미만의 젊은 화가를 해마다 한 명씩 선정해 후원하고 있다. 동일방직은 후원에 선정된 작가가 작품활동이나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연간 3만 6000유로(약 5300만 원)이라는 금액을 지원하게 된다.

2009년에는 그동안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국내에서 ‘아름다운 다리’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직원들과 회사를 찾는 방문객을 위해 사옥 1층 로비에 갤러리를 조성해 예술작품 전시를 하고 있다.

동일방직은 “사원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통해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동일방직은 정헌메세나를 통해 유럽에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면서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을 후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네이처스훼밀리코리아’도 지난해 이어 올해도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후원하고 있으며 보청기 업체 ‘스타키코리아’는 서울튜디앙상블의 후원을, 삼립식품은 발달장애청소년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꾸준히 후원하는 등 다양한 중소‧중견 기업들이 문화예술 후원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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