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AP/뉴시스] 지난 5월 3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한 남성이 아이를 목마 태우고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지난 5월 3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한 남성이 아이를 목마 태우고 걸어가고 있다.

14억명 ‘인구대국’ 출산율 위기

2025년부터 인구 감소 전망도

“中 노동력 감소로 세계 물가↑”

中 네티즌들 세 자녀 정책 조롱

출산 후 여성 취업 악영향 우려

“양육비 등 정책 패키지 필요”

[천지일보=이솜 기자] 오는 8월에 첫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게티 헤이(34)는 엄마가 되는 기쁨도 잠시, 새 가족으로 인한 재정 재앙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 중이다. 월급과 같은 비율로 유급 출산휴가 178일이 나오지만 이후의 육아 비용이 문제기 때문이다. 중국 광저우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하는 게티는 “출산휴가 후 업무와 육아에 대한 압박감을 생각할 때마다 불안해진다”며 “아기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 아이가 외동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 남편과 나는 두 번째 아이를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에 말했다.

‘인구 대국’인 중국이 저출산 우려에 세 자녀까지 허용하며 40여년 만에 사실상 산아 제한정책을 폐지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자 감소하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가속도가 붙은 출산율 저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최근 저출산 문제가 당초 산아제한 정책 때문이 아니었으며, 주택·취업·양육비 문제 등의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 정책도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40년 만에 1→3자녀 정책으로

5월 31일 공산당 정치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부부 한 쌍이 자녀 3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지원 정책을 펴면 인구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2자녀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1979년부터 인구 과잉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구호 아래 1자녀 정책을 고수하다 2016년부터는 둘째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2자녀 완화 정책은 감소하는 출산율을 되돌리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번 정책은 완전한 산아 제한 폐지가 아닌 3자녀 제한인데, 역시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중국 중앙은행의 연구원을 포함한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산아 제한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논쟁은 지난달 초 중국의 최근 전국 인구 조사 결과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노동 연령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욱 격화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현재 14억 1천만명인 중국의 인구가 2025년 이전에 줄어들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태어난 중국의 신생아는 1200만명으로 1961년 이후 가장 적었으며 15~59세 사이 인구는 9억명 이하로 감소했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약 7%p 줄어든 수준이다.

싱가포르 코메르츠방크의 저우 하오 이코노미스트는 “이 정책은 중국이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노동력의 감소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상품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산율 진짜 원인은 사회 지원 부재”

이날 3자녀 정책 소식은 중국 SNS를 통해 퍼지며 조롱을 당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부부들이 이제 3자녀를 키우면서 4명의 노부모를 부양하고 주택담보대출 빚도 여전히 갚아야 한다고 한탄했다.

기업들이 3자녀 출산휴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여성 취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2014년 중국보건영양조사에 따르면 한 아이의 출산은 평균적으로 어머니의 임금을 약 7% 삭감했다.

중국청년보 사회조사센터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한 세대) 1938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에 한 조사에 따르면 둘째 아이를 갖길 꺼리는 이유 1위는 “보모를 구할 수 없기 때문(67.3%)”이었다. 이어 높은 재정압력(61.7%), 안전하고 적절한 보육시설 부족(54%), 주택 문제(41.6%), 여성의 직업과 취업 기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24.3%) 등의 답이 이어졌다.

중국의 많은 부모들에게, 육아 비용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그들의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중국교육협회에 따르면 2017년 베이징과 광저우 등 주요 6개 도시 약 3600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에 달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적어도 한 명의 조부모에게 보살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는 “솔직히 아이를 갖는 것은 시어머니의 희생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저출산율의 진짜 이유는 주거비와 육아비가 이렇게 비싼데 공공의 사회적 지원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에릭 주 중국 경제학자는 블룸버그에 “3자녀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지만 경제에 불가피한 인구통계학적 지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를 견디기 위해서는 출산 및 육아 친화적인 정책과 연금 연령의 증가를 포함한 다른 조치들이 가능한 한 빨리 필요하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류리강 중국 상무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금 인센티브, 교육 및 주택 보조금, 보다 관대한 출산휴가, 보육의 보편적 제공에 이르는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집값을 억제하고 교육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다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정책에 따라 네티즌들에게 셋째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됐는지 물었다. 이 온라인 설문조사에는 30분 만에 3만명 이상이 몰렸는데, 이 중 90% 이상이 “절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는 조용히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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