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0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유대교·이슬람·기독교 성지

동예루살렘 둘러싼 갈등 커져

로켓포 등 군사 충돌로 비화

7년만에 예루살렘 겨냥 공격

공습 속 팔 주민 21명 숨져

이·팔 정치도 분쟁에 영향

[천지일보=이솜 기자]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 우익 집단 사이에 고조돼 온 긴장이 10일(현지시간) 갑자기 군사적 충돌로 비화했다. 수십년 동안 지속돼 온 국지적 교전이 가자지구의 로켓포 사격과 공습으로 확대되면서였다.

앞서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 단지를 급습해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들과 경찰 수십명이 부상을 당하자 가자지구 내 무장단체들은 이날 예루살렘에 로켓포 공격을 퍼부으며 대응에 나섰다.

이날 알자지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예루살렘에 로켓포를 발사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이 공습에 나섰고,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21명 사망했다. 이들 중에는 9명의 어린이가 포함됐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밤까지 이스라엘에 150여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라마단 마지막 금요일이었던 지난 7일부터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 단지에서는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발생해 주민 3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태의 기폭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도시의 전략적 지역에서 제거하려는 최근 이스라엘의 노력에 대한 갈등이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몇 주 동안 동예루살렘의 셰이크 자라 정착촌에서 강제 퇴거 계획에 항의해 왔으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 경찰과 극우 운동가들과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폭력 사태는 경찰이 오전 8시경 이슬람 사원에 진입해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고무탄과 섬광 수류탄을 발사한 직후 시작됐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11일 이스라엘이 성전산에서 병력을 철수하면서 하마스도 대규모 공격 계획을 중지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10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하는 가운데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팔레스타인인들이 10일(현지시간)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하는 가운데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성지가 전쟁터로

“왜 라마단 기간에 사원을 공격했는가?” 첫 총성이 들린 후 탈출하기 전 사원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던 변호사 칼레드 자바르카(48)는 물었다. 그는 “알 아크사 모스크는 무슬림의 성지다. 이스라엘은 종교전쟁을 시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최근 폭력은 대부분 그들이 최고로 추앙하는 성지에서 발생했다. 무슬림에게는 ‘고귀한 성역(Noble Sanctuary)’, 유대인들에게는 ‘성전산(Temple Mount)‘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려 했던 산이자, 솔로몬 때 첫 성전을 세운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이슬람교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 아크사 모스크가 위치해 있다.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번 주에 끝나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동안 이곳에서 기도하기를 원했다. 팔레스타인 청년 아흐마드는 WP에 “이스라엘은 우리가 기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이슬람 사원에서 벗어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민족주의자들도 이날 ‘예루살렘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장소를 찾았다. 예루살렘의 날이란 1967년 3차 중동전쟁 승리로 이스라엘이 요르단의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장악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이들은 깃발 행진을 성전산에서 하고자 했으나 팔레스타인과의 충돌 격화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행진 경로를 바꾸도록 했다. 중동전쟁에서 패해 동예루살렘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에게는 충분히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폭력의 소용돌이를 억제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하루 종일 구시가지와 인근에서 소규모 교전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경찰은 거리에 모여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알 아크사 영원하라” 등 조롱하는 말을 외치며 섬광 수류탄을 던졌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대변인 나빌 아부 루르디네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축복받은 알 아크사 모스크와 그 안뜰에서 예배자들을 잔인하게 습격하고 공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AP/뉴시스]10일(현지시간)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서 발사한 로켓탄이 이스라엘을 향하고 있다. '예루살렘의 날'인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로켓탄 여러 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예루살렘=AP/뉴시스]10일(현지시간)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서 발사한 로켓탄이 이스라엘을 향하고 있다. '예루살렘의 날'인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로켓탄 여러 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양측 정치적 상황도 영향

이스라엘 예루살렘 정치 변호사 다니엘 세이데만은 “이번 폭력사태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달라진 것은 ‘책임감 있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수년 동안 지속된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져 완전한 기능을 하는 정부를 빼앗기고 있으며 이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웃 요르단과의 관계도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예루살렘에서의 긴장과 더불어 팔레스타인 내부의 정치적 경쟁도 현재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돼 있던 선거를 연기한 아바스 수반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가자 알 아즈하르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마카마르 아부다는 NYT에 “하마스는 아바스 수반에게 ‘당신만 총격을 가하는 유일한 사람이나 당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재임 12년의 대부분 성전산 문제에서 비교적 현상유지를 했으나 최근 역학관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 예비역 장군이자 전직 국가안보보좌관인 지오라 아일란드는 “(네타냐후 총리가) 예루살렘에 조심하지 않았다”며 최근 며칠간 동예루살렘의 긴장을 다루는 팔레스타인 지역 중심부에 유대인 정착을 장려하는 정책과 더 많은 전술적 실패를 거론했다. 그는 “라마단이 끝날 무렵 매우 미묘한 시기에 가자지구 내 하마스와 무장세력에게 동기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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