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한경연 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법인세제 개편 글로벌 논의동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경제연구원)
권태신 한경연 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법인세제 개편 글로벌 논의동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경제연구원)

“국제적 ‘법인세제 개편’ 흐름에 정부가 나서야”

5대 기업 법인세 70%, 글로벌 최저한세 영향권

“국내산업 과세 제외 및 최저한세율 최소화 노력 필요”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최근 미국 등에서 논의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이 국내 대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대상 업종 및 세율 최소화를 위한 국제사회 설득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3일 오후 전경련회관에서 ‘법인세제 개편 글로벌 논의동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경연은 최근 OECD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에 과세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최근 국제 조세체계 개편 움직임을 점검하고 우리 기업의 대응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디지털세 과세 대상 최소화로 국내기업 피해 막아야”

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는 ‘법인세제 개편 글로벌 논의 동향 및 주요 쟁점’에 대한 발제를 맡았다. 그는 OECD의 IF(포괄적이행체계)가 제시한 ‘디지털세’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대해 “다국적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 기준이 매우 복잡하게 설계돼 있다”며 “제도 도입 시, 법인세 신고 및 징수 비용, 조세 분쟁 건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세는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타국의 통신망을 이용할 때 내는 세금을 말한다.

이 교수는 “디지털세는 본사의 이익 중 통상이익 초과분의 일부를 해외매출액 국별 비율에 따라 매출이 발생한 외국에 납세하는 제도”라면서 “대상 산업과 기업 기준(매출액), 통상이익률 등 국가 간 합의가 필요한 세부 기준이 너무 많아 합의 과정에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에 따라 정부는 대상 산업을 최소화하고, 특히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주력산업이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법인세제 개편 논의 동향. (제공: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 법인세제 개편 논의 동향. (제공: 한국경제연구원)

◆미국, 고세율의 ‘글로벌 최저한세’ 부과 움직임… “기업부담 가중될 것”

디지털세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글로벌 최저한세’는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최저한세 기준을 정한 후, 해외 법인의 법인세가 최저한세 미달 시, 차액을 본사 소재지국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즉 나라마다 내야 했던 법인세를 동일하게 맞춤으로써 기업들이 더 낮은 법인세를 위해 해외로 진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세수 증가 혜택이 선진국(고세율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커 일부 개발도상국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OECD에서는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12.5%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최근 바이든 정부는 최저한세율을 21.0%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최저한세율은 기업의 조세부담과 직결된다”면서 “최저한세율이 적정수준 이하로 설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지 정부와 투자인센티브 협상력 및 투자전략·거래구조 유연성 높여야”

전원엽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글로벌 법인세제 개편의 영향 및 대응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았다. 그는 “디지털세의 핵심은 디지털서비스 및 소비재 사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기업의 전체 이익을 국가별로 재분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파트너는 “정부는 이익 재분배 방식에 따른 손익을 면밀히 계산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OECD 논의가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우리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개발도상국과의 협력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21%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시, 각국은 더 이상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할 유인이 사라진다”면서 “해외 진출기업 재무 효율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전 파트너는 “해외 진출 기업들은 현지 정부와 인프라 지원, 보조금 등 법인세 외 다른 투자 인센티브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해외사업의 투자전략 및 거래구조의 유연성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덜루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인 29일(현지시간) 조지아 덜루스 인피니트 에너지 센터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1.04.30.
[덜루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인 29일(현지시간) 조지아 덜루스 인피니트 에너지 센터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1.04.30.

◆국내 5대기업 법인세 납부액의 70%(5조원), 글로벌 최저한세 영향권

종합토론에서는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주재로 디지털세 및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국내기업의 영향과 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 주요기업 매출액의 약 7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면서 “지난해 국내 5대 기업이 정부에 납부한 법인 세액 중 약 5조원 가량이 해외 매출과 관련돼 있는데, 이 부분이 글로벌 최저한세의 영향, 즉 세수 결손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삼성전자(3.4조원), SK하이닉스(1조원), LG화학(0.6조원), 현대기아차(0.1조원)의 납부세액을 합치면 5조원에 달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미국이 21%의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주장하는 이유는 자국의 법인세 인상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기업의 해외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세의 과세대상 확대 역시, 한국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당초 OECD에서 시장 소재지국의 과세권 강화 논의는 물리적 사업장이 없는 디지털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디지털 서비스기업과 일반 제조업의 특성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 산업의 범위를 일방적으로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도 “제조업은 디지털세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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