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메론 산에 모인 유대교인들이 라그바오머 축제를 기념하고 있다. 수만명이 참석한 이번 축제에서 최소 44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메론 산에 모인 유대교인들이 라그바오머 축제를 기념하고 있다. 수만명이 참석한 이번 축제에서 최소 44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유대교전통 종교축제 ‘라그바오메르’
“1만명 허가했지만 10만여명 몰려”
최소 44명 사망·150명 부상자 발생
사망자 대부분 초정통파 유대교 신도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만여 명이 몰린 이스라엘 유대인 성지순례 행사에 수십명이 압사하는 끔찍한 재난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이스라엘 북부 메론 지역으로, 수만명의 사람은 ‘라그보오메르’라는 종교 행사를 위해 이곳에 몰려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0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이번 사고로 처음 38명이 사망한 데 이어 부상자 중 6명이 숨져 사망자가 44명으로 늘었고 150명의 부상자들이 병원에 실려 갔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초기 보고에 따르면 그랜드스탠드(관중석 지붕)가 붕괴돼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세부 사항이 드러나면서 ‘인간 눈사태’라고 묘사한 것처럼 인파가 경사진 좁은 통로로 향하는 돌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조대원들도 이 비극을 메론 산에 모인 수많은 사람의 탓으로 돌렸다.

약 10만명의 사람은 누구일까. 또 ‘라그바오메르’ 축제는 어떤 날이 길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의 위험성에 대한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모여든 것일까.

◆초정통파 유대교 ‘하레디’는 어떤 집단?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사망자 대부분이 예루살렘을 본거지로 하는 초정통파 종파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하레디’로도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은 보수적 유대교 신자 집단으로, 이스라엘의 전체 인구의 약 12%인 100만명을 차지한다.

이들은 정부의 권위보다 랍비의 권위에 의해 다스려진다. 세금 징수와 노동, 투표 등 국가의 의무들에 대부분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군 복무를 면제받고 있어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 메시아(구원자)의 통치를 받는 나라를 기다리는 자들로서 인정하지 않는 국가로부터 징병될 수 없다는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이들은 전통적인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따르며 율법(토라) 공부에 몰두하면서 일반사회와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집단거주지역에서는 카페, 극장, 레스토랑 등이 없으며 TV, 라디오,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돼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없다. 유대인 안식일에는 자동차 운전도 금지된다. 남녀 간 구분이 엄격하며, 여성은 남편과 랍비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감염병 위험을 무시하고 학교와 회당문을 계속 열고, 대규모 집회 형식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강행해 논란이 됐다. 뿐만 아니다. 초정통 유대교인 대다수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으며 심지어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초정통파 유대교를 특별 보호하고 있다.

10만 명 몰린 이스라엘 성지 순례서 최소 15명 압사[갈릴리=AP/뉴시스]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서 열린 '라그 바오메르'(Lag B'Omer) 기념행사 도중 압사 사고가 일어나 구조대원들이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유대교 성지순례 행사에 약 10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최소 15명이 압사하고 1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라그 바오메르'는 유대교 랍비 시몬 바르 요하이를 기념하는 날로 순례자들은 매년 메론산의 묘역을 방문한다.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서 열린 '라그 바오메르'(Lag B'Omer) 기념행사 도중 압사 사고가 일어나 구조대원들이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유대교 성지순례 행사에 약 10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최소 15명이 압사하고 1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라그 바오메르'는 유대교 랍비 시몬 바르 요하이를 기념하는 날로 순례자들은 매년 메론산의 묘역을 방문한다. (출처: AP/뉴시스)

◆유대인 축제 ‘라그바오메르’는 어떤 날?

29일(현지시간) 대규모 압사 사고를 발생 시킨 유대교의 전통 종교축제 ‘라그바오메르’는 2세기에 유대인 라비 시몬 바 요차이가 사망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라그바오메르는 히브리어로 ‘오메르’ 즉, 유월절(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대인 최대 축제) 둘째 날부터 칠칠절(햇보리를 신께 바치는 기간)에 이르는 7주간의 33번째 날이다. 유대력으로는 두 번째 달인 ‘이야르’의 18번째 날이다.

이에 매년 수많은 유대인은 축제일 동안 요차이의 무덤이 있는 메론 지역으로 성지순례를 떠나며, 머리를 깎고 밤새 모닥불 ‘하들라카’를 피우는 의식을 치른다.

이 축제 참가자는 매년 수십만명에 달한다. 이번에 당국은 메론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1만명이 모일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초정통파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650대의 버스 등을 타고 이곳을 방문했다.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사건을 두고 “끔찍한 재난”이라며 “모든 부상자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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