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브루스 맥두걸이 산불로 자신의 집이 타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년 12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브루스 맥두걸이 산불로 자신의 집이 타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 지구의 날

작년 기온 역대 최고수준

3년마다 새로운 기록 경신

탄소 바다로 흡수… 산도↑

매년 기후난민 2310만명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구는 놀라운 행성이다. 물, 공기 등이 적절히 있어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의 대기는 태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마법의 담요와도 같다. 이 대기는 적당한 두께와 구성을 이뤄야 한다. 다른 행성에서는 대기가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 생명체가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대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로 이뤄져 있다. 또 온실가스라고 불리는 다른 가스들도 포함되는데 수증기, 메탄, 이산화질소, 이산화탄소 등은 대기 구성의 약 1%를 차지한다.

교통, 전기 생산, 산업 현장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대기 안에 열 즉 태양 에너지를 가두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더 많은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에 따라 더 많은 양의 태양 에너지가 갇히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기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갇히게 되면서 지구가 따뜻해진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발생 과정이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유엔, 국립과학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상학회 등 여러 기관과 단체에 따르면 인공위성 영상을 포함한 수십년의 과학적 자료들은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현실적이고 놀라운 속도로 우리 행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가 오랜 세월 동안 온난화와 냉각의 순환을 경험해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온난화는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나사에 따르면 현재 온난화가 약 10배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 차이가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구의 날인 22일 웨더닷컴과 지난 19일 공개된 유엔 세계기상기구(WMO)의 기후변화 지표 보고서를 종합해 지구 온난화로 이 행성이 곤경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기후 동향을 정리해봤다.

2020년 8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한 남성이 얼음 물병을 머리에 이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남성 앞으로 보이는 온도계는 54.4도를 기록하며 이 지역에서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출처: 뉴시스)
2020년 8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한 남성이 얼음 물병을 머리에 이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남성 앞으로 보이는 온도계는 59도를 기록하며 이 지역에서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출처: 뉴시스)

◆1만 2천년만의 더위

작년 지구 온도는 온난화 현상 관측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NOAA는 탄소 배출 증가로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가 19세기 후반부터 1.1도 가량 상승했다고 했으며, 나사 역시 최근 7년이 지구의 가장 따뜻한 해였다고 밝혔다. WMO 보고서는 지난해 기온이 2016년, 2019년을 포함한 역대 가장 더운 3개년 중 한해에 속한다고 집계했다.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작년 지구 기온이 지난 1만 2천년 사이 가장 더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에서는 54.4도를, 쿠웨이트 52.1도, 이라크 바그다드 51.8도, 이스라엘 예루살렘 42.7도, 쿠바 39.7도, 호주 펜리스 48.9도, 일본 하마마쓰 41.1도, 대만 39.7도를 기록하면서 각각 가장 높은 기온을 깼다.

폭염은 가뭄과 산불을 동반했다. 작년 미국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남미 내륙에 심한 가뭄이 덮쳤는데, 이에 브라질의 농업 손실 추정치는 30억 달러에 달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북극 표면 온도는 지구 평균보다 최소 두 배 빠르게 따뜻해졌다. 북극의 온도 상승은 생태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제트 기류와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도록 방해하면서 찬 공기가 남하하도록 만들었고 이에 올해 초 중동에는 폭설이, 미국 중남부에는 전례 없는 한파가 닥쳐 수십명이 숨지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록적인 산불, 허리케인, 폭염, 한파 등을 이상 현상이 아닌 극단 기상으로 보고 있다. 반짝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대기 중에 탄소가 쌓이면서 극한 기후 사건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에서 1900년부터 1980년까지, 새로운 온도 기록은 보통 13.5년마다 세워졌으나 1981년 이후부터는 3년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홍수

바다는 탄소 배출로 생긴 대기열의 약 93%를 흡수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핵심 지표다. 해수면 상승은 온난화로 빙하와 빙상이 녹고 물이 팽창하면서 발생한다. 작년 해양 면적의 80% 이상이 최소 한 번 이상의 ‘해양폭염’을 겪었다.

나사의 자료를 보면 그린란드는 1993~2019년 연평균 약 2800억톤의 얼음이 손실됐으며 남극에서는 연간 1500억톤이 손실됐다. 그린란드 빙상에서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약 152기가톤의 얼음이 유실됐다.

나사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의 해수면이 약 20㎝ 상승했다. 지난 20년 동안 해수면 상승률은 지난 세기의 2배에 달한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과학자들은 지구 해수면이 2100년경에는 탄소 저배출 상황에서도 2000년 수준보다 최소한 30.5㎝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홍수가 잦아진다. 따뜻한 물은 허리케인의 핵심 요소다. NOAA는 주요 기상 이벤트와 관련이 없는 홍수 즉 성가신 홍수(nuisance flooding)가 불과 50년 전보다 많은 미국 해안 지역에서 300~900% 더 빈번하다고 추정했다.

WMO 보고서에 따르면 폭우와 홍수는 아프리카 사헬과 동북부 대부분에 영향을 미쳤으며 사막 메뚜기떼가 발생하게 했다. 인도아대륙과 한국, 중국, 일본 등에도 연중 여러 차례 비정상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휴스턴=AP/뉴시스]1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주민들이 프로판 가스를 충전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휴스턴=AP/뉴시스]1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주민들이 프로판 가스를 충전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바다의 산성화

NOAA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해수면의 산도가 약 30% 증가했다. 바다는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의 약 23%를 흡수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한다. NOAA는 탄소 배출량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다면 이번 세기 말까지 바다 표면의 산도가 150% 증가하고 이로 인해 바다가 2천만년 이상 경험하지 못했던 산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양의 산성화는 해양 야생동물, 특히 조개류를 멸종시키며 이는 인간을 포함한 해양 먹이 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난민의 증가

기후변화로 인해 자국 내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주민의 수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국내난민감시센터(IDMC)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기후와 관련된 사건으로 매년 평균 2310만명의 사람들이 집을 떠나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만 980만명이 기후 난민이 됐는데, 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작년 산불로 집을 떠났다가 올해 한파로 또 집을 잃은 일부 미국인들과 같이 반복적이고 빈번한 이동을 겪는 장기 기후 난민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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