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출처: 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 (출처: 뉴시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따라

구체적인 방안 나올 전망

“주주가치 훼손 안돼” 불만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배당을 자제하고 위험에 대비해줄 것을 주문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4일 송년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에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감원 요청과 관련해 “배당은 금융사의 자율경영사항이기 때문에 개별사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금융사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생된 잠재적 부실에 대해 충분히 자금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지난봄부터 이야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과 은행지주가 진행 중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놓고 적정하게 배당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 배당 자제 권고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은행들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우선 점검하고 은행권과 협조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지주사와 회의를 열어 일시적으로 금융지주 배당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금융지주가 한시적으로 배당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 3~4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대형 은행들의 배당금 지급에 상한 제한을 뒀으며 영국 건전성감독청은 은행들에 대해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유럽, 스웨덴, 호주 등의 금융감독기구도 금융사들에 배당을 줄이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올해 실적이 양호한 만큼, 실적에 따른 배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당 제한 시 주가 하락으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데다, 기존 주주들의 이탈 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일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금감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한시적인 배당 축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지주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우리금융(1조 1404억원)을 제외하곤 신한금융(2조 9502억원), KB금융(2조 8779억원), 하나금융(2조 1061억원) 모두 작년보다 소폭 상승하며 비교적 좋은 실적을 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배당성향을 늘리고 있는 추세에 있기도 하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그에 따른 배당을 하고 실적이 좋으면 그만큼의 배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당 축소 시 주주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5~27%로 높아졌다. 신한금융은 하반기 이사회 워크숍에서 주가 회복을 위해 중간배당 등의 정책을 논의한 바 있으며 하나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지난 7월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대부분 금융지주들을 연말 결산을 통해 1년에 한 차례 배당금을 지급하지만 하나금융은 7월 중간배당까지 1년에 두 차례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의 배당 제한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천지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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