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 2020.6.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 2020.6.3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32년 악연’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첫 상견례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동 직전 김 위원장을 맞이하면서 “어려운 일을 맡으셨다”며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됐는데 우리나라 정당 문화와 국회를 혁신하는 좋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환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팔자가 그렇게 되나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로 거대 여당을 만드셨고 경제 상황도 코로나로 하여금 상당히 변화가 심한 상황에 있으니 정치권에서 옛날 사고로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여야가 나라 발전을 위해 좀 협조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는 것과 관련 “전세계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경제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에 서 있어서 대책을 빨리빨리 세워야 한다”면서 “그런데 최근 제가 느끼는 것은 정부 재정이 경제 정책에 큰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부채에 대한 두려움만 있고 (국가부채가 늘면) 마치 나라가 가라앉는 것처럼 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은 예산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어서 국회가 역할을 충실하게 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정의당에서 전국구(현 비례대표) 재선 의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서울 관악구을에 지역구 후보로 처음 출마했다가 평화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에게 패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다시는 지역구 후보로 나서지 않은 반면 처음 금배지를 달게 된 이 대표는 이를 시작으로 총 7번 출마한 지역구 선거에서 전승을 거두는 기록을 남겼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된다.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컷오프(공천배제)시켰다. 이 대표는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뒤 세종시에서 무소속으로 생환해 민주당에 복당하며 당 대표까지 올랐다.

올해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김 위원장이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두 사람은 각각 여야의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자리로 다시 맞붙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선대위원장에 임명된 게 선거를 불과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이어서 시간이 촉박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결과도 이 대표의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두 사람의 악연으로 인해 이날 만남에서 뼈 있는 말들이 오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오랜 경륜을 가진 두명은 주로 덕담을 주고 받고 협치를 강조하면서 각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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