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엔 종교도 인종도 계층도 없다. 온 국민이 코로나19 방역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를 아시아의 독감 취급하며 오만했던 미국과 유럽은 최악의 감염국가가 됐다. 반면 초기부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경을 봉쇄한 대만은 최고의 방역 모범국가가 됐다. 역병 앞에 겸손해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음을 두 사례가 보여준다.

총선이 치러진 15일에 온 국민이 정부 지침에 따라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에 나섰다. 앞 사람과 지정거리도 유지했다. 혹여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유권자가 있을까 싶어 서로 감시자가 됐다.

국민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온갖 방역수칙을 따르며 선거에 동참한 날 정작 정치인들은 말만 코로나19 극복을 외쳤다. 자신들은 코로나19가 비켜가기라도 하는 듯 다닥다닥 붙어 앉아 개표 상황을 보고 악수했다. 일부 당원들은 마스크도 끼지 않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간 방역수칙을 어기면 체포한다고 엄포를 놓고 고발을 해오던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모습이 진면목이다. 이번 총선날 여야 정치인들의 모습은 현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의식 수준을 대변한다고도 봐진다.

국민은 나로 인해 코로나19 피해가 일어나게 될까봐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을 계도하고 이끈다는 지도자들은 말은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외치며 행동은 기본 방역수칙에 대한 인식도 안 돼 있다니 실망감을 금할 길 없다.

총선 개표상황실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던 여야 인사들은 최근 누구보다 많은 사람과 마주한 사람들이다. 그 중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자가격리라도 해야 할 사람들이다.

국민에겐 원칙을 강조하고, 자신들은 기본인식조차 안 돼 있는 정치인들에게 코로나19 방역을 계속 믿고 맡겨도 되는 건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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