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대토론회 ‘종교 스스로 권력·정치화 되면 안 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난 23일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스님)가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두 번째 대토론회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었다. ‘한국불교 교단과 국가’를 주제로 열린 대토론회에서 조계종 화쟁위원회 부위원장 원택스님이 기조 발제자로 나섰다.
이날 원택스님은 한국불교의 중흥을 위해선 사찰을 운영하는 스님들의 자주와 자립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택스님은 “근현대사에서 한국불교는 국가와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정권에 예속돼온 것이 사실이며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제치하에서 광복된 이후 불교계가 펼쳤던 불교정화운동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불교의 순수성을 회복하려는 불교계 내부의 움직임이었지만 이승만 정권의 소위 ‘정화유시’로 인해 변질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당시 불교계는 자율적이고 자주적인 모습 대신 관권과 결탁을 선택함에 따라 소수권력의 시녀로 전락되고 말았다”고 불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또한 스님은 “일부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펼치는 성시화운동도 문제를 안고 있다”며 “현 정부가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기독교 근본주의 흐름 속에서 있기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을 지적했다.
토론자 박세일(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불교는 자주성과 독립성의 문제는 국가나 정권의 문제이기보다 불교 내부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 종단 지도부의 의지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종단의 행정책임자들이 대정부 활동을 할 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입장에 서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종단은 교세에 의지하거나 종교관련 주요정책을 정부의 시혜적 결정에 의지하게 되면 종단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종교는 어떠한 권력에 개입하거나 스스로 정치적, 정파적인 형태를 띠면 안 된다”며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권력의 종교 개입과 간섭을 막을 길이 없다”면서 종단 차원의 종교분리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불교계가 우선해야 할 일은 대외적인 활동의 기준과 정책, 논리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