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방문
방문 내내 방위비 관련 불만 표출
한국엔 주한미군 거론 증액 압박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영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동맹을 향해 방위비 분담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며 무차별 압박을 가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전 세계 동맹을 대상으로 이처럼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의회와 언론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미군을 용병화하는 것이며 동맹의 균열을 초래한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무관하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부터 영국 런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해 방위비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인 나토 창설 7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가하며 동맹에 흠집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이 적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 직전에도 “미국은 너무 많이 내기 때문에 공정한 상황이 아니”라며 방위비 증액 압박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유럽과 캐나다가 2016년부터 추가로 투자한 방위비가 1300억 달러에 이르고 2024년 말까지 누적 증가액이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예방주사를 놓은 바 있다.
나토 사무총장은 또 오는 2024년까지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기로 약속했기에 올해 9개국이 해당 가이드라인을 맞출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은 이번 정상회의 전 나토 예산 중 미국 부담분을 기존 22%에서 16%로 낮추기로 합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에 대응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나토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행복을 극대화하고 나토나 동맹을 날려버릴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등에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미국의 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율이 가장 높고 GDP의 1%도 쓰지 않는 회원국이 있다며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만난 후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무역분쟁 가능성도 시사하고, 나토 회원국이 2024년까지 GDP 2% 수준으로 방위비 지출을 늘리기로 한 것이 너무 적다며 4%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한국을 보호하는 데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상당히 더 내는 게 공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 전부를 계속 주둔시키는 게 미국의 안보이익에 부합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토론해볼 수 있다”며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말해 주한미군 철수를 방위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도 5개국이 더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지목했다.
미국은 사우디가 이란 등으로부터 석유시설 공격을 막도록 800명 병력을 3000명으로 늘렸다며 사우디가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내 친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도 우리를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돈을 내고 있고 일본은 부자나라라고 했다”고 압박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을 향한 방위비 압박에 대해 비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최고의 혼란유발자가 나토 회의에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오는 영국 총선에 혼란을 일으키길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대신 다른 모든 것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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