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서울 주한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이집트인들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독교-이슬람교 갈등 접고 한마음 동참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현재 150여 명의 사상자를 낼 정도로 극심한 이집트 ‘독재자 퇴진운동’이 오히려 이집트 내 갈등을 빚던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같은 시위에 참여하게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의 종교 갈등은 올해 새해 첫날 이집트 북부의 한 교회 앞에서 차량폭탄테러로 기독교인 사상자가 발생하며 심화됐다. 세계 언론들은 이들의 갈등이 쉽사리 풀리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이집트 ‘독재자 퇴진운동’이 발생하자 이집트 국민들은 종교와 정파 구분 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 시위를 진행하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먼저 이집트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튀니지 ‘반정부 시위’가 발단이 됐다. 시위가 있기 전, 지난해 12월 튀니지에서 직장을 얻지 못한 한 청년이 노점상을 열다 경찰에 발각돼 모든 물건이 압수되자 분신자살로 사망했다. 이 소식은 소도시 시디 부지드에 퍼졌고 시내 곳곳에 시위가 형성됐다.

또 튀니지 국민들은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23년간의 장기집권으로 고실업·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며 거세게 시위했고 결국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내기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튀니지 시위 분위기는 이집트 국민들을 자극했다. 이후 지난 1월 25일 이집트에서는 30년간 장기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결국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시위과정에서 국민들이 종교와 정파를 초월해 서로 이집트인이라는 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4일 무슬림들이 정오 기도를 위해 시위를 중단하자 그동안 종교 갈등을 빚었던 콥트교(기독교)인들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띠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또 AP통신에 따르면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5일 성명서에서 “이집트 시위는 이슬람 봉기가 아니라 불공정하고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대한 대중의 항거”라며 “모든 계층·종교·분파가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민 전체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종교‧정치인도 하나 되며 양 종교 간 갈등이 풀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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