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토론회 나선 패널들은 “불교중흥을 이야기하기보다 불교 내부의 문제에 대한 각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불교중흥 대토론회’ 뼈를 깎는 자성·쇄신 절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불교 중흥을 갈망하며 마련한 대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불교의 현실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하며 철저한 자성과 함께 뼈를 깎는 쇄신이 요구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가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스님) 주최로 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한국불교의 현재적 성찰과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토론회에서 패널들은 한국불교 위기론에 공감을 표하듯 불교 스스로의 각고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자승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종단과 사회, 중생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이 생명과 평화, 상생의 화엄세계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정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조발제를 한 기획실장 원담스님은 “한국불교가 대사회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큰 흐름인 일제로부터의 광복, 민주화, 통일문제, 인권?환경문제 등 현실사회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부족해 사회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주경스님은 “한국불교는 해방 이후 대처승과 독신비구승과의 분규로 내외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며 “더욱이 승가의 가장 근본적인 수행생활의 원칙인 탁발과 무소유 정신이 거의 포기된 형편”이라면서 불교 사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탁발 폐지로 중생들과의 만남은 단절됐다. 소유에 대한 적절한 원칙과 규정이 없는 탓에 사설사암을 비롯한 법인, 부동산 및 동산 등 재산소유가 무한대로 허용돼 있다”는 점도 불교의 병폐 중에 하나라고 비판했다.

주경스님은 “총무원장과 본사주지를 비롯한 소임자 선출에 있어서 세속적인 선거제도의 도입과 확산은 세속적인 정치화와 혼탁한 선거풍토의 유입이라는 심각한 병폐를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로 인해 지금도 선거 관련 다툼과 소송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고 선거의 정치화된 문제도 지적했다.

재가 토론자로 나선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말하기 부끄러운 것이지만 불교인이나 사회가 제 밥그릇 걱정만 하는 한국불교 승단의 모습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심오한 철학보다는 일상적 실천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는 승단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계종은 매달 대토론회를 열어 불교계의 문제를 직시하고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 나갈 것이라며 사부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다음달 23일에는 조계종 화쟁위원회 부위원장 원택스님이 ‘한국불교 교단과 국가’라는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서 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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