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매사추세츠주립대학 영어과 교수

▲ 김민정 매사추세츠주립대학 영어과 교수는 한인 학부모들과 함께 <요코 이야기>가 교육도서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역사왜곡 소설 <요코 이야기>에 분노한 한인들
권장·추천도서 목록서 제외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쟁 벌여

[천지일보=이지인 객원기자] “엄마, 왜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을 그렇게 못살게 괴롭힌 거예요?”

어느 날 5학년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이 집으로 돌아와 울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물었다. 한국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일본역사소설이 미국교육현장에서 그대로 가르쳐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이 학생은 학교에서 이 거짓된 일본소설 때문에 무시와 피해를 당해야 했다.

피해 한인 학생은 영어수업 중에 배우는 <요코 이야기>가 한국을 폄하하는 일본인의 자서전적 역사소설임을 알고 읽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이 학생은 다른 교실에서 6주 동안 혼자 다른 책을 읽어야 했고, 계속되는 친구들의 놀림과 교사의 부당한 처분을 꾹 참고 있던 아이는 집에 돌아와 부모 앞에서 그 동안 참았던 울분을 쏟아냈고 이를 알게 된 학부모가 학교에 항의를 한 것이다.

이것이 <요코 이야기>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모임을 만든 동기였다. 이 일로 한인 학부모인 아그네스 안 씨와 신라 장 씨 등이 모여 팔을 걷어 붙이고 도서관과 미국국립문서보관서에까지 찾아가 이 책이 왜곡된 역사라는 문헌고증을 얻어내고, 교육도서로서도 부적합 하다는 것을 증명하기위해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왔다.

그리하여 이들은 책의 잘못된 부분을 콕 집어 미국인 교사들에게 명확히 설명을 해주고, 지금도 추천도서목록에서 이 소설을 제외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위상을 지키는 동시에 미국에 올바른 한국역사를 알리고자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김민정 매사추세츠주립대학 영어과 교수이다.

“지난해 한인 학부모님, 특히 어머님들을 알게 되면서 이 책의 역사 왜곡사실과 한인 아이들이 겪은 고통을 들었습니다. <요코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한국에 보도된 이 후 이 책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늘었지만, 여전히 그대로 가르쳐 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한인 2세 학부모들이 ‘<요코 이야기>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고 교육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단다. 그래서 교육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을 도왔다.

하지만 아직 끝난 문제가 아니다. <요코 이야기> 사건은 매사추세츠주에서 맨 처음 불거져 나왔으나 정작 이 주에서는 현재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상당한 수의 학교가 계속해서 이 책을 채택하고 있으며, 교육추천도서목록에는 버젓이 남아 있다.

이 책은 교과 과정 중 다문화교육의 일환으로 10년 이상을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이유로 학교 측에서는 <요코 이야기>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을 펼치는 한인 학부모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미국 교사들은 역사적 문헌보다 한국인들이 지극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특히 교사들 가운데 몇몇은 “픽션 소설인데 뭐 어떠냐”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고. 현재 중국과 일본은 <요코 이야기>를 출판하지 않고 있으나 한국과 미국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아무 거리낌 없이 교육도서목록에 포함한 상태다.

이처럼 한국역사가 미국에서 계속 잘못 알려지고 어린 한인 학생들이 무시당하며 상처를 받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이들은 한인 어머니들, 즉 여인들뿐이다. 이들은 한국 역사를 지키고자 한인들 사이에서도 고되고 외로운 싸움을 강행하고 있다.

미국 내 한인 모두가 <요코 이야기>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외국살이일 수도 있으나, 주로 미국정부나 학교, 교사들이 하는 일에 토를 달고 싶지 않아한다”며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사실 <요코 이야기>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요코 이야기>에 분노하는 한인들은 동조하지 않는 한인들 모습에 더 크게 상처를 받고 외로워한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우는 미국 교사들과 김민정 교수(2번째 줄 왼쪽에서 8번째) ⓒ천지일보(뉴스천지)

김 교수는 지난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매사추세츠주립대학에서 개최한 ‘코리안 스터디스 워크숍’에서 <요코 이야기>의 허구성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대학 교수들과 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노력이 한 번의 반짝쇼로 끝나서는 결코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지속적으로 미국 교사들을 교육시키는 한국 워크숍을 진행해야 하는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현재 김 교수와 한인 학부모들이 말하는 가장 시급한 목표는 추천도서 목록에서 엉터리 내용의 역사소설인 <요코 이야기>를 제외하는 것이다. 교육부에 제출된 탄원서 내용이 반영되길 바라며 김 교수와 학부모들은 12월에 열릴 미국 교육부 교육개정안 결과를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해마다 미국인 교사들을 자국에 초청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교육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미국 현직 교사들을 초청하지 않고 있죠. 이는 교사들이 한국에 대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교사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계속해서 가르친다면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약해질까 정말 염려됩니다.”

김 교수는 미국 교사들을 먼저 가르쳐야만 세계 또는 미국 내의 우리나라 위상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한국과 달리 수업에서 사용되는 교재를 교사가 직접 고를 수 있기 때문인데, 동양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미국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 <요코 이야기> 문제와 같은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요코 이야기>의 일본인 저자는 매사추세츠주에 살고 있어서 그 주 내의 학교들은 그를 모셔 초청 강연을 열기도 하므로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한국에 대해 기술된 미국 서적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 교수는 “소설내용이 전쟁에 관련된 것이라 드라마틱하지요. 또 작가가 이 책을 소개하며 일본이 패망해 한국에 있던 일본인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그 과정 속에 한국인들에게 당한 고통과 모험이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이라고 하니 교사와 학생들은 더 집중하고, 학교들은 어린 학생들이 좋아하는 이 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겁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역사왜곡에 대해 “유태인들이 나치에게 당했던 드라마틱한 요소를 사용해 일본인을 피해자로, 한국인을 가해자로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또한, 한인 학부모들은 “사실도 아닌 일본인의 소설적 의견은 반영되면서 왜 한국인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가. 한국 관점에서 쓰인 책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반박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도 주 내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우리들이 보기에 역사왜곡이 이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상황을 모르는 미국인이 봤을 때 굉장히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니, 답답하고 굴욕감까지 느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한미 교사 교환 프로그램을 꼽았다. 김 교수와 학부모들은 소설일지언정 역사소설이라면 이야기의 구성이나 등장인물을 바꿀 수 있지만 역사를 바꿀 수 없고, 역사를 바꿨을 때 어떤 소수민족이 고통을 느낀다면 학교에서는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도운동’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한국 또는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한국 역사를 알려주는 것 역시 중요하죠. 이번 일은 여기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저희 뿐 아니라 한국의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과 기업,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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