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얼마 전 유명가수 이승철 씨가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를 당했다. 연말이 다가오고, 각종 술자리 모임이 빈번해져서 그런지 유독 11월에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이 많다고 한다. 배우 신은경과 송강호, 가수 강타와 변진섭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러했다고 한다.

연예인의 음주운전 사건은 그 자체가 뉴스가 되지만, 어디 연예인만 해당하랴.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맥주 세 잔인데 뭐 어때?” “나는 소주 두 잔까지는 음주운전 단속에서 안 걸려” 등의 말을 하면서 술 마신 다음에 운전대를 잡는 사람을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다.

반면에 술이 거나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서도 차를 가져왔기 때문에 정말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는 사람도 간혹 있다. 이 둘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기 통제력(self control)의 차이다. 차를 가져 와서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서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을 이용하거나 차를 두고 가는 사람까지는 정상적인 행동 양식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몹시 취해서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는지도 모르거나, 이 정도면 혹은 오늘은 괜찮겠지 하면서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운전하는 사람은 자기 통제력이 약한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음주운전 단속을 당한 다음에도 여전히 음주운전을 하여 결국 삼진아웃제에 의한 면허취소를 당하거나 또는 패가망신에 이르곤 한다.

만일 반복적인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알코올은 뇌에 대해서 소량에서는 흥분 작용이 있으나, 대체로는 억제 작용이 우세하다. 특히 복합적 기능을 가진 부위인 망상 체계, 대뇌피질 등에 예민하게 억제적으로 작용하여 기억·인지·판단·주의·정보처리 등 사고기능, 반응시간, 운동조화, 언어 등의 장애를 일으킨다.

동시에 알코올은 뇌의 통제기능을 억제함으로써 흥분, 공격성, 충동적 행동 등 평상시에 억압하였던 행동들이 나타나게 된다. 술 마시고 필름이 끊긴다는 것은 일종의 기억상실이다(블랙아웃(black out) 현상).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알코올의 남용(abuse)에 도달했다는 중요한 단서다.

알코올은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시면 더 쉽게 잠들 수 있기는 하지만, 수면의 전체 구조는 악영향을 받게 되어 자주 잠에서 깨는 현상이 나타난다. 알코올 중독 환자는 본인보다도 대개 가족과 직장 동료가 가장 잘 인식한다. 환자는 점차 직업상의 능률 저하, 일상 습관의 변화, 생산성 감퇴, 지각이나 무단결석, 기분의 잦은 변동, 성격 변화 등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주 사고를 당하거나 몸에 상처를 입게 되고, 음주 상태에서의 운전 또는 보행으로 인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그 밖의 거친 행동으로 법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은 그 자체가 정신의학적 질환이면서 또한 여러 정신과 질환들을 동반한다. 가장 흔히 동반되는 정신질환은 우울증인데, 이 경우 자살 시도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 양극성 기분장애(조울증), 불안장애, 다른 물질의 남용(흡연·마약류·수면제 등)도 알코올 중독에 흔히 동반되는 정신과 질환들이다.

알코올 중독은 정신의학적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다. 최근에는 술에 대한 욕구를 줄여주는 항(抗) 갈망 약제도 나와 있어서 약물치료까지 가능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기를 바란다. 또한 음주를 거절하는 기술과 스트레스를 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알코올 중독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는다면, 이는 한 가정의 파괴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 전체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매년 새해마다 금연 열풍이 불곤 하는데, 내년부터는 금주 열풍도 함께 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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