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뉴욕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들고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뉴욕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들고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안보리서 5시간 릴레이 회의

폼페이오 “과이도 지지해야”

러시아 “美, 베네수 쿠데타 기획”

EU “8일 내 대선 계획 발표해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로 정면충돌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한 반면 러시아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안보리에는 이례적으로 중남미 국가들이 일제히 참석해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면서 5시간가량 마라톤회의가 이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모든 국가가 한쪽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며 “자유의 힘에 찬성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마두로 정권의 대혼란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마두로 정권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과이도 의장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뉴욕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뉴욕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여기에는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유럽연합(EU) 진영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앞서 “베네수엘라가 8일 내 대선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통보했다.

러시아는 정면으로 즉각 반박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베네수엘라는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고, 안보리 의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면서 “쿠데타를 기획하는 게 미국의 목적이다. 베네수엘라를 극심한 분쟁의 수렁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오랫동안 남미 내정에 간섭해왔다면서 “워싱턴은 남미를 자신의 뒷마당으로 여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측도 “이번 사안은 베네수엘라의 주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보리 소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당사국 자격으로 안보리에 참석한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안보리 회의는 유치하다. 베네수엘라의 내전을 원하는 것이냐”라며 “베네수엘라를 군사적으로 위협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라고 맹비난을 펼쳤다. 또 유럽 주요국들의 ‘8일 시한 통첩’에 대해서도 “누구도 우리에게 선거할지 말지 시한을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 의회를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일한 기관으로 인정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안보리 성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가 이 성명을 채택할 경우, 과이도 의장은 사실상 국제사회로부터 베네수엘라 지도자로 인정받게 되지만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채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명의 대통령이 대립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 브라질 정부는 베네수엘라 위기 해결을 위한 중재 노력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장관은 “베네수엘라 위기는 중재 단계를 이미 지난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멕시코와 우루과이가 베네수엘라에 제의한 대화 중재 노력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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