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 전시장 이미지 (제공: 서울시)
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 전시장 이미지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삼베수의와 유족 완장, 국화 영정 등 오늘날 보편화된 우리 장례문화에 서린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시와 시립 장사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새해를 맞아 ‘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이라는 주제의 장례문화 전시회를 내년 1월 20일까지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연다고 31일 밝혔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내용은 ‘죽음이 가까우면 새는 노래가 구슬프고 사람은 말이 선하다’ ‘1912년, 한국의 죽음이 죽다’ ‘국적 없는 죽음문화, 죽음은 죽음을 추억하지 않는다. 오직 삶이 죽음을 기억할 뿐이다’ 등 4개 주제로 구성된다.

전시공간은 한 개의 터널구조물로, 실제보다 마치 먼 길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도록 디자인됐다. 한국 전통 장례용품인 만장(挽章)을 재구성해 길로 엮어 한국 상·장례 문화가 거쳐 온 지난 100여년 동안의 길을 담아냈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광복 뒤 한국인은 식민화된 상·장례문화에 대해 성찰해보지 않은 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감독은 “100년 전 그날 고종은 일제 주도의 ‘국장’으로 왜색화된 저승길을 떠났다”며 “이는 한국인이 일제에 더 분노한 이유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 3.1운동이 고종의 죽음과 장례를 매개로 전개된 만큼 3.1운동 100주년인 올해를 ‘상·장례의 식민지성’ 성찰로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는 우리 장례문화에 잔존하고 있는 일제의 식민지성을 집중 조명하고 장례문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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