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시 브리핑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26일 오전 서울시 브리핑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빈 건물·도로 위 등 공간 활용 미래형주택 트렌드 선도
상업·준주거지역·역세권 주거비율↑ 주택공공기여도 확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민 삶의 질과 미래 도시로의 혁신을 꿈꾸며 야심차고 실험적인 ‘공공주택 8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26일 오전 서울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 따른 서울시내 공공주택 8만호 공급 세부계획을 제시했다.

시는 ▲주민편의 및 미래혁신 인프라 함께 조성 ▲도심형 공공주택 확대로 직주근접 실현 ▲도시공간 재창조 ▲입주자 유형 다양화 ▲디자인 혁신을 골자로 하는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내놨다. 지난 19일 국토부와 공동 발표한 8만호 추가 공급물량의 공공주택에 이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박 시장은 밝혔다.

박 시장은 “앞으로 공공주택을 지을 땐 주민편의시설이나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미래혁신과 직결된 창업시설 등의 인프라를 함께 조성할 것”이라며 “주택만 빼곡하게 늘리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주거와 삶이 어우러진 최고 수준의 주택단지를 만들고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시는 도로 위 같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에도 주택을 공급, 새로운 주거트렌드를 선도하고 도시공간을 재창조할 것을 제시했다. 유휴부지를 활용해 혁신적 건축물을 조성한 프랑스의 ‘리인벤터 파리’ 사례와 같이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구간) 위로 인공지반(2만 5000㎡)을 조성해 공공주택 1000호와 공원, 문화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 안을 계획 중이다.

또한 주로 대중교통이 불편한 외곽지역에 입지했던 공공주택을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도심형으로 확대해 직주근접을 실현한다는 목표도 꺼내 들었다. 공공주택 물량을 확보하면서 미세먼지, 에너지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밤이면 유령도시처럼 텅 비는 도심부를 활성화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인적 구성원을 다양화하는 소프트웨어적 혁신도 병행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주체와 협력해 직장인, 신혼, 중산층도 함께 사는 공공주택을 공급,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소셜믹스를 이끌어내겠다”고 시는 밝혔다. 시는 시민들의 주거 선택권을 확대, 빚을 내서 집을 사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삶이 휘청거리는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8만호 공급은 큰 틀에서 ▲부지 활용(2만 5000호) ▲도심형 주택 공급(3만 5000호) ▲저층주거지 활성화(1만 6000호) ▲정비사업 및 노후 임대단지 활용(4600호) 등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서울 중랑구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위에 인공지반을 조성한 후 그 위에 짓는 공공주택 조감도 (제공: 서울시)
서울 중랑구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위에 인공지반을 조성한 후 그 위에 짓는 공공주택 조감도 (제공: 서울시)

시는 기존 부지 활용계획을 변경해 미래세대를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버스 차고지, 노후 공공시설, 저이용 공공부지 등 유휴부지를 복합개발해 공공주택을 조성한 뒤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7000㎡, 800호)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부지(5만 2795㎡, 2200호)에 공공주택 3000호가 공급된다. 중랑·서남 물재생센터 내 유휴부지(3220호)에 주택이 공급된다. 당초 2040년 주택공급을 목표로 추진해왔던 계획을 변경해 공급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강일·장지·방화 버스차고지(1430호)와 한강진역 주차장(450호) 등 8곳에 공공주택이 공급된다. 옛 가리봉시장 부지(3620㎡, 220호)는 복합화를 통해 공공주택이 추가된다.

관악구 금천경찰서 이전부지(5480㎡, 130호)에는 신혼부부 특화단지가 들어선다. 관악구 신봉터널 상부 유휴부지(5205㎡, 280호)에는 청년주택이 조성된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창업지원시설 등 맞춤형 시설이 공급된다. 광진구 구의유수지(1만 895㎡, 304호)는 작은도서관, 육아시설 등과 함께 개발해 신혼부부 특화단지로 만든다.

서초 염곡 일대(7만 2000㎡, 1300호)와 도봉구 창동 유휴부지(1만 1640㎡), 수색역세권 유휴부지(34만 5800㎡), 강서구 군부대(6만 7487㎡)에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된다. 광운대 역세권부지(14만 9000㎡), 도봉구 성대 야구장부지(4만 8056㎡)는 사전협상을 거쳐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기존 주택공급 방식과는 전혀 새로운 실험적 시도도 선보인다. 고속도로와 건물을 복합적으로 건축한 오사카의 게이트타워, 도로 상부를 활용해 주택을 지은 독일 베를린의 슐랑켄바더 슈트라세 같은 혁신적 건축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도로 상부(2만 5000㎡, 1000호)는 도로 위에 인공대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도로 가로막혔던 지역 간 단절을 회복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경의선 숲길 끝(4414㎡, 300호)에는 교통섬으로 활용되던 유휴부지를 개발해 다양한 종류의 청년프로그램을 복합화해 새로운 활력 불어넣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산동 빗물펌프장 부지(5575㎡, 300호) 또한 기존 빗물펌프장 상부를 활용해 공유워크센터 등 공공행사를 여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직주근접 실현과 활력이 떨어진 도심 활성화를 위해 도시계획적 제도개선을 통한 상업·준주거지역 주거비율 확대,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등을 추진한다. 확대·상향분의 5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박원순 시장이 유럽 순방 중 밝힌 도심 업무용 빌딩의 공실을 주거용도로 전환하는 전략도 종로, 용산 등에서 처음으로 실행된다.

시는 저층주거지 활성화를 통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도 나선다. 소규모 정비사업 시 공공주택을 도입하면 층수 제한을 7층 이하에서 15층으로 완화해주고, 2022년까지 빈집 1000호를 사들여 공공주택이나 청년창업공간 등으로 재활용해 총 4000호를 공급한다. 또한 신축 예정이거나 신축 중인 주택 매입을 연간 2600호에서 5000호로 늘려 2022년까지 9600호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노후 임대주택단지인 상계마들단지, 하계 5단지 등은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공공주택 단지로 재건축해 2022년까지 908호를 공급한다.

시는 행정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TF를 꾸린다. 도심지 내 양질의 공공주택 확충을 위한 공공지원을 강화하고, 도시계획위원회·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역세권 청년주택 전담 수권 소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공급을 활성화한다. 민간기업이나 기관 등을 위한 전용 상담창구도 신설한다.

박원순 시장은 “주거권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살 권리다. 이번 대책은 공공이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해 책임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 아래 도출했다”며 “기존의 공적 임대주택 24만호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도심을 비롯한 기성시가지 활용 방식 등의 추가 공급전략을 통해 공공주택 혁신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집이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립하고, 일시적인 부동산 안정을 넘어 지속가능한 주거 안정을 이뤄나간다는 항구적 목표를 중단 없이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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