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주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우리 민족의 명절인 추석 연휴에 엄청난 비가 쏟아져 서울 도심이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번 비에 서울과 인천지역의 피해가 심각할 정도여서 해당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한편, 일부 야당 대표는 4대강 예산을 삭감해서라도 서울의 서민들이 사는 구도심이나 달동네, 산동네 등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의 하수관과 배수관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수관으로 빗물이 역류되고, 도심지에 가득찬 물로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통해 우리는 물길이 만들어 내는 하천과 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 있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4대강 개발에 대한 찬반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갈등이 심각해지자 지난 16일에는 불교계가 나서서 ‘4대강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화쟁토론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는 금강의 지역명소와 경관거점 8곳을 ‘금강 8경’으로 선정하여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고도 한다.

충남 공주에 있는 한 청소년 단체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매년 8월에 금강탐사 활동을 전개한다. 보통 3박 4일 동안 금강의 발원지인 전북 장수에 있는 뜬봉샘에 가서 그렇게도 길고 거대한 강도 옹달샘과 같은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는 경이로움을 배우고, 금강 발원 지역 주변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금강줄기를 따라 내려오면서 수변지역의 자연 생태와 댐을 관찰하기도 하고, 래프팅을 해 보기도 한다. 용담댐이나 대청댐, 대전의 갑천, 웅포대교, 금강 하구둑 등 10여군데 지점에서 수질 검사를 하기도 한다. 공주에 도착해서는 한적한 사찰에서 명상에 잠겨보기도 하면서 금강을 체험한 느낌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진다. 마지막 날에는 금강을 따라 긴 거리를 걸어보면서 극기력도 기르면서 강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한다.

금강탐사에 나서서 많은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면 제각기 의미 있는 자기 생각을 말하곤 한다. 매년 이러한 학생들을 만나 보면서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는 강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첫째, 강의 발원지는 보잘 것 없이 작지만, 그 강의 끝은 창대하다는 점에서 인간의 발달단계에서도 청소년기나 성인기보다도 신생아기나 영유아기의 양육과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둘째, 물이든 인생이든 자칫 한 번 오염되면 다시 정화하기 어렵다. 발원지의 물은 그대로 식수로 사용할 수 있지만 불과 얼마 내려오지 않고 본격적인 강의 모습이 갖추어지기도 전에 수질이 오염되는 현상을 보면 어린 시기의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셋째, 출발점이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금강줄기가 이어지는 곳에 ‘물뿌랭이’라는 재가 있는데, 예전에 이 재의 한 가운데에 있던 외딴집의 용마루를 경계로 남쪽으로 떨어지는 물은 섬진강으로 흐르고, 북쪽으로 떨어진 물은 금강으로 흘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출발점 단계에 있는 영유아기에 어떤 부모, 어떤 사회를 만나고,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일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넷째, 강물을 자연스레 흐르게 둘 때 목적지에 도달하는 이치와 같이 인간 교육은 부모나 교사가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다섯째, 강은 잔잔하게 흐르는 지점도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소용돌이치기도 하며, 폭포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처럼 인생은 늘 쉽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여섯째, 험한 산악지대를 뚫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과 같이 신체 ․ 정신적 장애나 가난과 고생을 극복해 온 굴곡진 인생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경우가 많다.

일곱째,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강물이 자연을 정화하는 것과 같이 늘 부지런하고, 매일 학습하며, 생활을 신선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때 도도하면서도 아름다운 강물이 유유히 흘러 드넓은 바다로 들어가듯이, 숭고한 인생도 수많은 인류에게 화려한 희망의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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