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 도장인 ‘제4대 국새’가 전통방식으로 제작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국새를 둘러싸고 의혹을 받아왔던 제작단장 민홍규 씨가 경찰에 “국새 원천 기술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국가 상징과 관련한 중대한 일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민간에 맡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민 씨는 자신의 스승이라고 주장하던 석불 정기호 선생에게서 실제로 주물 기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 전통 국새제조 비법을 담았다는 ‘영세부’도 가짜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주물 분야에서 민 씨는 ‘초등학생’ 수준의 기술자”라고 전했다. 미아리 뒷산에 굴을 파 주물연습을 할 정도로 이 분야에는 문외한이라는 것이다. 석불이 1대 국새 제작자라는 민 씨의 주장도 국가기록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그동안 철저히 정부를 속여 왔던 민 씨는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에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은 국세 제작의 책임을 맡은 행정안전부가 이 일을 추진하는 데 확인 감독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가를 보여준다. 몇몇 주물전문가에게 민 씨의 실력 검증을 의뢰하거나 민 씨의 국새 제작 과정을 면밀히 감독만 했어도 문제를 집어낼 수 있었다. 이번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국새 제작 이전에 밝혀졌어야 했다.

‘자격 미달’인 민 씨를 국새 제작자로 선정한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민 씨가 제출한 계획서대로 국새가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큰 오류다. 4대 국새는 흙이 아닌 실리콘 거푸집에서 만들어졌다. 국새에 들어가야 할 5가지 재료도 일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적어도 행안부가 국새 제작과정에 동참해 지켜봤다면 ‘국새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민 씨가 금을 횡령한 사실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씨는 금을 주물하는 과정에서 남게 되는 금인 ‘물대’ 600g과 바 형태의 금 600g을 반납하지 않았다. 행안부가 이 금을 왜 전량 회수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행안부는 이번 사태를 국새 제작 담당공무원의 실수만으로 떠 넘겨서는 안 된다. 중대한 일인데도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는 행태를 반성하고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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