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현역 국회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크게 문제되고 있다. 언론은 그의 문제 발언을 앞 다투어 소개하였고, 한나라당에서는 아예 제명조치를 취함으로써 온 국민의 시선을 끌 정도로 시끌시끌하다.

성공한 중년 남성의 평소 성에 대한 가치관과 여성을 인식하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이 사건의 의미가 단지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의 문제뿐 아니라 올바른 언어 사용의 문제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란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서 음성, 문자, 몸짓 등의 수단을 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타인들과의 의사소통 방법이다. 따라서 개인이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과 태도는 평소 그의 가치관과 인격을 반영할 뿐더러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맺는 방식 및 서로 간의 권력 관계를 드러낸다. 가령 내가 윗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와 아랫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언어 사용의 행태는 달라지는 것이다.

여하튼 언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매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다음의 네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째, 언어는 서로 간에 생각의 교환과 타협을 이룬다. 즉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언어를 통해서 차이를 확인함과 동시에 차이의 정도를 줄여나갈 수 있다.

둘째, 언어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유용한 수단이다. 내가 지금 화가 났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대신에 화난 감정을 말로써 드러낼 수 있다. 또한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 곧바로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것보다 말로써 좋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셋째, 언어는 일상생활 업무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일의 지시, 명령, 요구, 질문 등은 대부분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넷째, 언어를 통해서 공격성, 폭력성, 적대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미운 마음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해치거나 큰 불이익을 준다면 서로 간에 다툼과 폭력이 급증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훌륭한 언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비난, 지적, 충고 등의 형태로써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언어는 사람들끼리 평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부적절한 언어의 사용이 서로 간에 갈등과 다툼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설화(舌禍)라는 말이 있을까. 설화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의 부족이다.

내가 이 말을 하기 전에 듣는 상대방의 마음은 어떠할까를 생각한다면, 설화는 충분하게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오만과 편견, 또는 충동 조절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여태까지 크고 작은 설화는 지속되었고, 앞으로도 설화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하는데 괜찮겠느냐?’는 말에는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지독한 선입관이 작용하고 있다. 동료 국회의원 여성의 외모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평가한 것 역시 ‘당신은 아무리 국회의원이라도 여성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남성에 의해서 외모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숨어있다. 직접 듣는 사람들과 말을 전해 듣는 관계자들 모두가 불쾌해지거나 상처를 받을 만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올바르게 언어사용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해서 말을 하자. 둘째,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말자. 셋째, 상대방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자. 넷째, 나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자. 다섯째,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기자.

올바른 언어 사용은 너와 나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훌륭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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