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지난 7월 3일부터 7일까지 30여 분의 국회의원들을 모시고 중국 동북지방의 독립운동 및 발해 관련 유적지, 백두산 등을 다녀왔다. 필자의 과문의 탓일지 모르지만, 국회의원 30여 분이 함께 해외 역사탐방에 나선 일은 초유의 일이 아니었나 한다.

국희 의정활동과 지역구 관리, 다른 공식일정 등이 많아 매우 바쁠 것으로 생각되는 국회의원 30여 분이 5일 동안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일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제2차 대한민국 제18대 국회의원 참배단’의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및 청산리독립전쟁 승전 90주년 기념 항일역사탐방’ 과정이었다.

단장으로 국회의원들을 이끈 이경재 의원(4선, 강화을)은 많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했지만 미래지향적인 한․중 우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번 일정은 먼저 일송정답사와 청산리항일대첩기념비 참배, 백두산 등정 및 발해 상경용천부 유적지 답사, 산시(샨시)의 김좌진장군 순국지 참배와 백야광장 개관식, 해림(하이린)의 한중우의공원 전시관 관람 및 세미나, 조선족 실험소학 공연 관람, 하얼빈역사 답사 및 안중근의사기념관 관람, 여순감옥 참배 등 빡빡하게 짜여졌다. 동행한 국회의원들은 평소에는 타지 않던 비좁은 일반석 비행기 좌석에 불편한 버스, 힘든 여정을 소화하며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번 일정은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김을동 의원과 그의 아들 탤런트 송일국의 열성적 주도, 일부 기업 등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특히 120여 명의 대학생 ‘청산리 역사대장정’ 팀은 상당한 노정을 걸어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였다.

7월 5일 새로 조성된 김좌진 장군 동상의 제막식이 끝난 후 이어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읽던 김영선 의원은 감격의 눈물을 보여 많은 이들을 숙연케 하기도 하였다. 국회의원들은 해외에서 어려운 조건을 무릅쓰며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선열들의 기개와 공적에 감탄하는 듯했다. 그러나 하얼빈역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 접근도 쉽지 않았다. 철도복무원들과 상당한 실랑이 끝에 겨우 현장을 확인하며 간단한 사진이나마 찍을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에 작은 기념비라도 세우고자 하는 한국 측의 염원을 중국은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측 영토에서 올라간 백두산은 이제 한국인 관광객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휠씬 많았다. 그리고 백두산이란 명칭은 사라진 채 ‘장백산’이란 이름으로 고착화되고 있었다. 발해궁전 유적지에 대한 설명문 앞에서는 많은 분들이 우리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기도 하였다. 김을동 의원은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때마침 며칠 전에 서울대학교에서 2014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계열 응시자에게 한국사 과목이수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서울대의 조치는 다수의 언론과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았는데, 당장 중․고등학교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세칭 명문 사립대학들과 주요 국립대학 등의 동향이 주목된다.

이른바 ‘국제화시대’에 우리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한편,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차제에 한국사, 나아가 역사과목을 점진적으로 필수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한국사의 필수화도 의미 있지만, 우리의 이웃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세계사적 소양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사나 역사과목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제 교과서 편찬체제가 ‘국정’이 아닌 ‘검인정 체제’로 전환된 만큼 적절한 집필기준에 따라 검정 통과된 교과서에 대해 지나치게 표준화된 내용을 강제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사회에서 자율적 시민의식이 성숙함에 따라 역사해석의 다양성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민주사회와 보편적 역사의식이란 혜안을 갖출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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