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후반기 국정운영 ‘빨간불’

[천지일보=전형민 기자]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폐기되면서 레임덕(집권 후반기 권력누수현상)이 생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충남지역 광역단체장에 야권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예견되긴 했지만 전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결에서 2/3에 해당하는 반대표가 나와 이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수도권 대 지방’으로 갈라지는 국론분열을 야기한 책임에도 자유로울 수 없을뿐더러 결과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은 집권 후반기 국정장악력을 떨어뜨리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미디어법과 부자감세,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이뤄져온 정권의 핵심과제 추진에 동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향후 정치권의 권력구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세종시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내 친박계를 제외하면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친이계 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친이계는 사실상 ‘고립’ 상태다.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벌인 찬반토론에서 5년 만에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표결을 끝으로 소모적 논쟁을 접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자”며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치권의 도리”라고 강조하며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쐐기를 박았다.

‘여당 속 야당’으로 불리는 친박(친박근혜)계는 2007년 대선 후보경선 때부터 친이계와 반목을 거듭해왔고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갈등의 폭이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한나라당은 결국 ‘분당’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참모는 “분당까지 가겠냐”면서도 “여권 내 대립과 권력지형이 명확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궁극적으로 분당 가능성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임기제 대통령 제도에서 민의에 부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한다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청와대 박형준 정무수석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치 지도자들 간의 소신이 부딪힌 것이기 때문에 극복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며 “갈등 이슈가 해소됐기 때문에 앞으로 여당 내 화합을 하는 데 토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당내 갈등 표출로 인한 후폭풍을 의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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