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신학위원회(위원장 이정배 목사)가 14일 오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신학심포지엄 및 출판기념회를 진행한 가운데 김희헌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NCCK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신학심포지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 개신교 보수 진영 신앙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구원이라는 교리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이 같은 믿음은 종교개혁 당시 마틴 루터가 내걸은 세 개의 교리인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총으로’ ‘오직 성서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엇을 믿는지도 모르는 맹목적인 믿음을 낳았다는 비판이 있다. 또 비신앙인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믿음이기도다. 개신교 진보 진영이 이 같은 맹신에 반기를 들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신학위원회(위원장 이정배 목사)는 신학적인 딜레마를 논의하고 답을 찾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신학심포지엄 및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번 신학심포지엄은 종교개혁을 이끈 세 개의 ‘Sola’ 교리인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총으로’ ‘오직 성서로’를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신학위원장 이정배 목사는 “자정능력을 잃은 개신교에게 종교개혁 500주년은 하늘이 주신 절호의 기회가 돼야 한다”며 “자신에 대한 저항에 철저할 때 밖을 향해 거룩한 분노를 표할 수 있기에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자신을 성찰해야 옳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목사는 “NCCK 신학위는 ‘오직교리’의 오·남용이 일상화된 기존 성직자(제사장) 중심의 기독교 체제에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루터로 돌아가는 게 다가 아니라, 루터보다 더 나아가든지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신학을 전공한 김희헌(향린교회) 박사는 ‘오직 믿음으로’라는 주제를 토대로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한국교회 신앙인들이 겪고 있는 ‘믿음’에 대한 딜레마를 화두로 던졌다.

김 박사는 “우리가 ‘오직 믿음’이라는 사상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 사상이 한국교회 안의 근본주의 신학으로 인해 반지성주의의 대명사가 돼 버린 위기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동시에 그 사상을 다시 말함으로써 쟁취해야 할 한국교회의 변혁적 과제가 무엇인지 떠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운동의 의미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일례로 개신교회는 성지순례, 면죄부 판매, 죽은 자를 위한 추모 미사, 성물 숭배, 종교적 고행 등을 중세교회의 관행으로 여기고 부정적인 인상을 갖는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도 추모예배를 드리고 성지순례를 가고 종교적 고행을 한다는 지적이다. 김 박사는 “종교개혁의 근본정신은 그런 행위를 배척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신학위원회(위원장 이정배 목사)가 14일 오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신학심포지엄 및 출판기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신학심포지엄은 종교개혁을 이끈 세 개의 ‘Sola’교리인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총으로’ ‘오직 성서로’를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 박사는 “‘오직 믿음’에 관한 성서의 가르침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얽힌 윤리·신학적 난제를 살펴보며 먼저 성서에 나오는 다양한 말씀을 오용하지 않을 수 있는 해석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성서해석과 윤리적 사유가 별개로 움직임으로써 거의 사회적 병리현상이 돼 버린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행태에 대한 반성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사용하는 신학적 개념들이 정작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개념들이 서로 얽혀 만들어내는 사유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해석학적 자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종교개혁을 계승하는 출발점은 바로 종교개혁을 계승한다는 미명으로 답습해 왔던 시대착오적 몽매를 깨뜨리는 데 있다”며 “종교개혁의 계승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오늘 우리 시대가 부여하고 있는 새로운 과제를 자각하고 프로테스탄트적 믿음의 모험을 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의 발제에 대해 세종대학교 김판임 박사는 “한구교회에서 믿음이란 대개 호기심과 도전을 무력화하고 무지를 그대로 이어갈 때 사용한다”며 “종교개혁의 정신 ‘오직 믿음으로’와 프로테스탄티즘의 도전과 모험정신을 연결시킨 탁월한 혜안”이라고 평가했다.

김희헌 박사 외에도 정동제일교회 최대광 박사는 ‘오직 은총으로’를 주제로, 서울장신대 김호경 박사는 ‘오직 성서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했다. 논평자로는 김판임 박사와 루터대학교 박일영 박사, 신반포감리교회 홍정호 박사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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