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현 문학박사

“당신은 종교와 민족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어리석은 생각 같지만, 신앙을 가지고 있는 종교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와 민족의 관계는 종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민족운동’이라는 입장에서는 보편적이기보다는 특수적 관계가 아닌가 한다.

종교(宗敎, religion)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간략히 정리하면, 초월적 절대자 또는 신성시하는 대상을 경외(敬畏)하는 신념체계를 기반으로 하여, 신앙(信仰)·기원(祈願)·예배(禮拜)의 행위로써 구제·축복·해탈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현상의 하나이다.

종교의 말뜻은 19세기 말 일본에서 서양어인 ‘religion’에 대한 번역어로 쓰면서 한국에서도 일반화되었다. religion의 어원은 라틴어 religio로서,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외경심과 의례(儀禮)행위라는 뜻이다.

또한 한자어인 종교(宗敎)도 하늘을 뜻하는 갓머리 아래 3개의 다리를 가진 상 위에 제물을 올려놓은 형상인 보일 시(示)를 써서 가르칠 교(敎)자와 결합하여 하늘을 경배하는 으뜸되는 이치를 가르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종교의 어의는 한국에서 볼 때는 근대적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민족(民族, nation) 역시 근대적 개념이 가지고 있는 용어이다. 우리나라에서 ‘민족’이란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용되었던 민족은 ‘동양인’이라는 인종론적 사고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일반적 의미에서 민족이란 용어는 언제부터 쓰였을까? 대체적으로 1904년 러일전쟁이 일어난 이후였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역사적 공동체 운명 집단’으로서의 민족이 인식되었다. 여기에는 러일전쟁을 통해서 일본의 침략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민족의식이 형성되었다.

이처럼 종교와 민족, 두 용어는 근대적 개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이 근대적 용어인 종교와 민족이 결합되었으며, 민족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1905년 12월 1일자 <대한매일신보>의 논설 ‘신교자강(信敎自强)’에서 그 해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논설에 의하면 “국가의 재력과 병력이 비록 허약하나 자국의 종교와 자국의 역사를 능히 보존하면 독립정신이 전멸하지 아니하여 마침내 국권을 회복하나니”라고 하여, 종교로써 독립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인식하였다. 이는 나아가 종교입국론으로 구체화되었다.

종교입국론은 봉건적 사회통합의 이념으로 그 사명을 다한 유교를 대신하여 근대민족국가 차원의 새로운 종교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국민통합과 국권회복의 구심점을 마련하자는 논리였다.

 

이는 종교를 통한 민족운동의 논리였다. 더욱이 러일전쟁으로 일제의 침략성을 확인한 종교계는 민족운동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이 시기 개화지식인들이 수용한 기독교, 근대 종교적 체계를 갖춘 천도교, 유교를 개혁한 대동교, 단군을 중광시킨 대종교 등이 민족운동의 중심체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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