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가 개봉 8일째에 관객 220만명을 돌파하며 여름휴가철 극장가의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덕혜옹주’는 이날 18만 9694명을 동원, 누적관객 239만 8734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서 비극적 삶을 살다 간 덕혜옹주의 실화를 담은 영화 ‘덕혜옹주’는 여러 가지 영화적 픽션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뜨겁다.

이에 영화 ‘덕혜옹주’의 시나리오를 작업한 김현정 작가와 1문 1답을 가졌다.

-덕혜옹주라는 캐릭터 설정에 대한 견해

덕혜옹주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그녀의 삶을 온전히 복원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일본에 끌려가기 전까지 이왕가의 그 누구보다 백성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의 조선인들에겐 일찍이 일본에 끌려가서 이미 일본인화 되어버린 영친왕보다 조선에 있으면서 고종의 빈자리를 대신했던 덕혜옹주가 더 왕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이 왜 그렇게까지 일개 옹주의 신분에 불과한 덕혜를 괴롭혔던 걸까 생각해봤다. 단순히 겁이 많고 소극적인 소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모든 면에서 영친왕과 대조적이었던 이우왕자와 가까웠고 이왕가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다.

당시에 그것은 독립운동만큼이나 적극적인 저항의 행위였고 일제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었다. 독립운동세력에 호응하고 망명까지 시도하는 덕혜의 캐릭터는 그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 영화 ‘덕혜옹주’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망명신, 연설신 등 픽션이 가미된 부분에 대한 논란이 많다. 어떻게 탄생한 장면인가.

처음 시나리오에선 덕혜의 학습원 시절에 대한 비중이 지금보다 더 많았다. 실제 덕혜는 20세 전후에 조현병이 발발하기 때문에 16~20세까지의 이야기가 메인이다. 학습원 시절, 친일연설에 동원된 영친왕을 따라 군수공장에 갔다가 그곳에서 이왕가에 대한 조선노동자들의 원망과 증오를 목격하게 되는데 그것이 덕혜가 왕족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되는 각성의 순간으로 설정했다.

그날 이후 학습원 수업에서 공개적으로 일본의 불법적인 한일병합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이로 인해 일제의 탄압이 본격화된다. 영화에서는 덕혜의 성인시절로 이야기를 모으면서 덕혜가 직접 대중연설을 하는 것으로 돼있다.

▲ 14세 때 양장을 착용한 모습.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역사 속 인물을 영화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창작자로서 어떤 관점에서 인물을 재창조해내는지 궁금하다.

나는 솔직히 현대의 인물보다 과거 역사 속의 인물들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 데뷔작이었던 ‘고양이를 부탁해’를 제외하고 ‘스캔들’ ‘라듸오데이즈’ ‘황진이’ ‘덕혜옹주’까지 모두 시대극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고양이를 부탁해’도 한편의 시대극이라 볼 수 있겠다.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살았나’ 상상하는 일이 개인적으로 매우 즐겁다. 비록 역사 속의 인물이지만 가능하면 요즘 사람처럼 생각하고 그려내고 싶다. 시대극이란 역사 속 그들의 삶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니까.

영화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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