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청년실업률이 1999년 통계기준 개편 이후 사상 최악(最惡)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지난 2월, 15세 이상 29세까지의 청년실업률이 12.5%라고 발표했다. 전체 실업률(4.9%)의 2.5배이다. 통계상 실업자가 아닌 고시생이나 취업 못해 진학한 대학원생, 비자발적 비정규직 등까지 합치면 청년층의 체감(體感)실업률은 34.2%에 달한다. 청년은 사회에 나가 취업해 한창 인생의 꽃을 피울 시기인데 ‘100만 청년실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작년 2월부터 금년 1월까지 12개월 연속 일본보다 높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란 장기침체기처럼 우리도 장기침체와 고실업 시대의 고착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실업률이 30%를 넘으면 폭동 위험이 급증한다”고 한 경고가 현실화될까 우려된다.

청년층은 취업난과 더불어 고용시장의 질도 더 나빠지고 있다. 늘어난 청년층 취업자도 아르바이트, 인턴, 비정규직 등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청년 취업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등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첫 직장을 잃는 청년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1년 이하의 계약직도 19.5%다.

현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 목표 하에 무려 133개 실천과제를 발표하면서 출범했으나 실업률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청년층의 취업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은 기본적으로 경제 침체 때문인데 향후 전망은 더 우울하다. 미국 금리 인상에 이어 중국 경제 둔화, 저유가 등 ‘3대 리스크’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극심한 청년실업은 청년 세대에게 불리한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실패와 국회의 책임이 크다.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주도해 일자리 진입의 벽이 높은 경직된 구조로 청년이 정규직에 신규 진입하기가 어렵다. 정년 연장으로 약 30만명의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 노동자들이 은퇴하지 않고 취업 시장에 잔류하게 되면 청년 취업난이 가속화될 것이다.

청년은 우리나라의 미래이다. 정부와 국회는 청년실업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특단의 청년실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 창업과 고용 지원,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채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등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노동개혁으로 청년층에 불리한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해서 직업 수를 늘려야 한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직업은 1만 4881개다. 미국(3만 654개)의 48%, 일본(1만 7209개)의 87% 수준이다. 직업 수를 2만개 수준으로만 늘려도 청년 취업난 숨통도 틔울 수 있다. 원격의료 전면 허용 땐 5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고용정보원은 미국 등 외국엔 있지만 우리는 규제 때문에 도입이 안 됐거나 활성화되지 못한 ‘수의 테크니션, 음악치료사, 운동치료사, 민간조사원(사립탐정)’ 같은 11개 직업을 국내에서 육성할 경우 향후 5년간 20만 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직업 창출을 위해선 정부와 재계가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한다. 규제를 풀 경우 ‘보건·엔터테인먼트·관광’ 같은 고용 창출형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신직업’이 등장할 수 있다.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도 조속이 제정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엔진인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바이오·문화·관광·게임 같은 4차산업 분야로 진출하려는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인공지능·스마트공장 등의 확산으로 기존 일자리의 상당수가 사라질 수 있지만 제대로 대응한다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일자리를 능가할 수도 있다.

청년실업 해소 대책을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설정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각오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다음 달 청년·여성 고용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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