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비례대표 의석수는 19대보다 7석이 줄어든 47석이다. 비례대표제는 자유주의적 대의(代議)제에서 정당 국가적 정치로 진행되면서 나타난 제도로, 이는 다수대표제와 소수대표제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우리나라에서 제17대 국회부터 도입된 비례대표제가 지역구 의원이 갖추지 못한 직능들을 확보해 의정활동에서 전문분야를 넓힌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핵심 주력들에 의해 좌지우지된 경향이 있어왔기 때문에 부정적 시각이 따랐다.

이번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을 마감하고 적격자 선발과  추천 순위를 정하고 있지만 원내정당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자를 확정했을 뿐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 2개 정당에서는 공천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당선 가능한 순번에 비해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들었고, 그중에는 사회 각계의 전문 인사 등이 포함돼 있지만 당 대표와 실세 측근들도 상당수가 있어 계속 잡음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선정 기준과 절차 등은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 명시돼있다. 새누리당 당헌상의 관련 내용들을 보면 ‘지역, 직능 등의 균형적 안배 및 당내 기여도를 고려하여 선정한다’는 정도로 포괄적이고, 당내 기여도 항목은 매우 애매하다. 예를 들어 후보 대상자의 당원 지속 연수, 당비 납부 회수와 그 금액, 당 유공에 따른 당대표로부터 받은 표창 여부, 당내 행사 참석 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수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두루뭉술하게 ‘당내기여도’로 일괄 규정돼 있으니 심사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과 사천(私薦)이 될 소지가 많다.

정당마다 당헌에 규정돼 있다고는 하나, 그 적용의 예외적 가짓수가 있으니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이번 총선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어 경쟁률이 높은데다가 더민주당 당헌처럼 ‘당 대표가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후보자를 당선안정권의 20% 이내에서 선정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까지 마련돼 있으니 이것저것 고려하다보면 절대세력의 물밑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현행 지역구의 결점을 보완하는 비례대표제의 제도적 장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제 무용론마저 제기되는 현실이다. 사천, 밀실공천 등으로 당 지도부의 전리품(戰利品)화 되고 있는 악습 되풀이는 이제 그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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