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고대에도 전쟁은 가장 슬픈 비극이었으며 사람들의 최고 염원은 전쟁의 종식이었다. 삼국시대를 살았던 민중은 전쟁을 막아줄 새로운 부처의 출현을 기대했다. 그 존재가 바로 미륵(彌勒)이었다. 미륵은 미래불(未來佛)로 평화롭고 행복한 이상세계를 실현해 줄 전지전능한 부처였다.

신라, 백제인들이 가장 독실하게 믿었던 신앙은 미륵불이었다. 신라는 젊은이들의 집단인 화랑들을 미래불로 여겨 전쟁이란 비극을 종식시켜줄 구세주로 삼았다. 화랑을 지칭하여 미륵을 상징하는 용화향도(龍華香徒)라 한 것은 이 같은 염원을 반영한 것이다.

삼국통일의 명장 김유신은 임종 직전에 문무왕의 문병을 받았다. 문무왕은 장군의 조카이며 오랜 전쟁에서의 전우이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는 왕에게 김유신은 이렇게 말한다.

“(전략)… 조그만 공을 이루어 삼국이 한 집안이 되었고 백성은 두 마음이 없으니 비록 태평에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소강(小康)이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원하건대 조정은 위에서 화평하고 백성은 아래에서 안정되어 재앙과 난리를 만들지 않고 국가의 기업(基業)이 무궁하게 된다면 신은 죽어도 유감이 없겠습니다.(하략)…”

이 유언 속에는 용화향도였던 김 장군의 전쟁 소강에 대한 안도감이 나타난다. 그만큼 전쟁의 종식은 신라사회의 국민적 염원이었다.

백제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武王)은 별도(別都)였던 익산에 가장 큰 가람을 조영했다. 그런데 절의 이름이 바로 미륵사였다. 이 절을 세우는 데 제일 큰 화주가 되었던 신라 왕녀 출신인 선화공주는 고국 신라와의 전쟁 종식을 간절히 염원한 것이 아니었을까.

임진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침략당한 동래부의 참상을 기록한 글을 보면 전쟁이 얼마나 끔찍하고 처참했는가를 알려준다. 성을 장악한 일본군은 삽시간에 성안을 약탈하고 포로로 잡힌 군인과 성민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군을 따라왔던 종군승 케이넨(慶念)의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에 이런 기록이 있다.

‘(전략)…백의를 입은 조선인을 보면 노약남녀의 구분 없이 마구잡이로 죽이거나 잡아서 죽통으로 재갈을 물려 끌고 간다. 부모는 아이를 찾고, 아이는 부모를 찾아 절규하는 광경은 지옥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비참하다.(하략)…’

영국의 소설가였던 허버트 조지 웰즈는 반전주의자였다. 그는 자신의 저 ‘다가올 세상’이란 저서에서 “인류가 전쟁의 종말을 이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벨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는 한 글에서 “전쟁은 가장 슬픈 일이며 이를 막기 위해 싸우는 행동은 가장 숭고하다”고 갈파했다.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은 위대하며 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은 민중의 염원으로 자리 잡는다.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이만희 대표는 지구를 24 바퀴 돌며 전쟁 종식운동을 용감하게 해왔다. 총알이 튀는 접전지역에까지 들어가 분쟁 당사자들을 중재하여 전쟁을 종식시킨 사례도 있다. 헤세의 갈파처럼 이제 많은 사람들이 국적과 종파를 초월, 이 대표를 높이 평가,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14일 선포된 HWPL의 ‘전쟁종식 세계평화 국제법 제정 선언문’은 ‘각국의 무력을 통한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금지하며 전력감축과 침략행위를 우선 금지’하고 있다. 코엑스에서 열린 선포식에는 각국 외교 장·차관, 법무장관 100여명등 1천여명이 참석했으며 200여개 세계 언론사 기자들이 현장을 생중계했다.

‘한반도를 위시한 지구촌에 전쟁을 종식시켜 평화를 후대에 유산으로 남기고자 한다’는 이 대표의 호소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이자 전쟁위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간절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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