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평양에 헬기를 띄우라. 김정은의 특명이다. 헬기 운항의 목적은 바로 평양시 항공관광이다. 북한에서 헬기는 긴급 구호환자 수송이나 고위급 인사 이동에 사용되는 것이 관례였다. 과거 문선명 총재가 헬기를 이용해 함흥으로 날라가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그에 앞서 최덕신 전 대사가 김일성이 내준 헬기로 고향인 평안북도 의주를 찾은 적이 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평양은 북한이 자랑하는 ‘혁명의 수도’이다. 특히 김정은의 신변경호를 최고로 보장하는 북한이 평양 상공에 매일 헬기를 띄운다는 것은 보통 결단이 아닌 것이다.

그만큼 북한이 외화벌이에 다급해진 모양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관광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헬기를 타고 평양 시내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상품을 내놓은 데서 그 갈급함을 엿볼 수 있다. 지난 5일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아 투어스는 5일 헬기 투어가 포함된 평양 관광상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29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짜인 이 상품은 올해의 마지막 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이 주요 프로그램인 새해맞이 상품이다.

관광객들은 새해 첫날 오전 북측이 제공하는 러시아제 밀 Mi-17을 타고 하늘을 날아 상공에서 평양 시내를 내려다보는 일정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 관광상품의 가격은 895유로(약 110만원)로 헬기 투어는 295유로를 더 내면 된다. 여행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헬기로 105층짜리 류경호텔 주위를 돌고 대동강에 근접비행해 주체탑을 지나가며 5.1경기장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 당국은 이밖에 내년 4월 10일 열리는 북한의 평양마라톤대회 관광상품도 출시했다. 여행객들은 대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김일성경기장 특별관람석에서 대회를 지켜볼 수 있다. 이 가격도 만만치 않다, 참가가격은 5박 6일 일정(내년 4월 8∼14일)의 상품이 995유로(약 123만원),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 관련 투어를 포함해 이틀이 추가된 상품은 1295유로이다.

역시 중국에 사무실을 둔 고려투어는 5가지 상품을 내놓았다. 2박 3일부터 7박 8일까지로, 가격은 900∼1860유로다. 7박 8일짜리 상품에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관련 투어가 포함된다. 호주에 본사를 둔 국제여행사 ‘인트레피드’도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내년 4월 북한에 들어가 9일간 머물면서 평양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평양, 개성,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 4년 동안 너무 많은 돈을 뿌려 재정출혈이 심각한 상태다. 최근에 건설이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를 살펴보면 과연 북한이 어디서 돈이 나 저런 건물들을 건설했는지 의아하기 짝이 없다. 마식령스키장과 릉라물놀이장으로 시작된 김정은의 자기 시대 치적 쌓기 공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오죽했으면 숙청했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을 다시 불러들였을까. 중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마원춘이 최근 김정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그만큼 김정은에게는 설계전문가인 그의 보좌가 절박한 것이다. 문제는 돈인데 근래 장성택이 중국에 숨겨놨던 돈줄을 찾았다는 설이 있는 걸 보면 김정은이 한숨 돌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김정은에게 진정으로 권고하고 싶다. 헬기나 띄워 푼돈 벌지 말고 좀 통 크게 나가는 것은 어떤지 말이다.

남측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면 돈 문제는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세계평화공원 건설에도 호응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DMZ세계평화공원은 남과 북이 공동으로 대동강물 팔아먹는 노다지가 분명한데 왜 북한은 주저하고 있는가. 공원 건설은 남쪽에 맡기고 북한은 인력이나 제공하면 그만이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비즈니스가 분명하다. 내년 5월 초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경제발전 노선을 제시하려는 북한의 의욕심은 높이 평가한다. 문제는 새로운 경제전략에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충당하느냐로 이것 역시 한 민족인 한국의 지원으로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평양 상공에 비행기 몇 대 띄우고 퉁탕거리지 말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것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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