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1조원의 사나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와 그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방한해 연일 화제를 뿌렸다.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는 환한 미소와 함께 예상을 뒤엎는 검소한 패션과 5만원대의 가방을 든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메이저리그 경기도 VIP석에서 관람할 수 있음에도 일반석에 앉아 관람하는 모습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탈했다. 타인의 시선과 자존심 탓에 VIP석에 앉고 명품 가방을 들어야 하는 일반적인 사고방식과 너무 다른 부부의 행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들 부부는 한국행 전세기에 오르기 전, 인스타그램에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한글로 ‘기다려지다!’라고 적었다. 여기에 태극기 모양의 이모티콘도 덧붙였다. 또 한국에 도착하기 직전 비행기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 사진을 올리며, 다시 태극기 이모티콘을 붙여 한국에 관심과 존중을 보여줬다.

손흥민 선수가 일본으로 경기를 떠나면서 오타니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아마 우리나라 국민은 ‘친일파’로 매도하며 조림돌림 했을 게 뻔하지만, 일본에서는 논란조차 없다. 우리나라 국민도 배워야 할 점이다.

오타니 쇼헤이는 야구계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해 성공한 몇 안 되는 선수다. 월드 스타 야구선수면서 겸손하고 수수하기까지 하다. 그의 언행을 보면 국적을 떠나서 인성 면에서 완벽한 인간에 가깝다.

일본에서도 손흥민을 월드스타로 인정하며 좋아하는 팬이 많듯이, 오타니를 좋아하는 한국팬도 많아야 정상이다. 일본인 선수를 좋아하면 친일파라고 손가락질하는 건 어리석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실력이나 인성 면에서 훌륭한 선수라면 국적을 떠나 존경받아 마땅하다.

고교 시절부터 월등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연습에 늘 솔선수범했다는 걸 보면, 그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임을 알 수 있다. 운동선수로서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고교 성적이 전 과목 평균 80점 이상이었다는 건 우리나라 운동부 학생들이 본받아야 한다.

오타니의 고교 시절 코치도 “운동하는 학생들에게 공부와 독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며 가르쳤다고 한다. 우리나라 운동부 지도자들이 배워야 할 자세다. 인성이 부족한 운동하는 기계는 언젠가는 몰락한다는 걸, 최근 전 국가대표 야구선수의 마약 투약 구속 사건으로 알 수 있다.

손흥민 선수의 훌륭한 인성이 손 선수 아버지의 훈육에서 나왔듯이 오타니의 훌륭한 인성도 야구선수 출신의 아버지, 배드민턴 선수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나왔다.

오타니 부친은 “오타니를 특별하게 길렀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하지만, 가정교육에서 세 가지를 특히 신경 썼다고 한다. 공부를 거실 식탁에서 하도록 하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누나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공부 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한 부모의 지혜였다.

자녀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지만, 오타니가 유치원 시절 딱 한 번 화를 냈다고 한다. 오타니가 해리포터 공책의 일부가 구겨졌다고 “누가 만졌냐?”고 화를 내자 “겨우 그 정도로 소리를 지르느냐”며 꾸짖은 게 오타니에게는 큰 교훈이 됐다. 엄할 때 엄하면서 “네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있으니, 게임하고 놀러 가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고 말하며 ‘좋아하는 일은 끝까지 노력해 이뤄내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성공 뒤에는 부모의 가정교육과 지혜가 있었다. 야구를 하면서 공부를 늘 병행하고, 작은 일에 화를 내지 않고, 좋아하는 건 끝까지 노력해 이뤄내는 태도를 익힌 덕분에 세계적인 야구선수가 되었다.

다나카 마미코 같은 여인을 아내로 선택한 오타니 쇼헤이의 안목도 올바른 가정교육이 있어서 가능했다. 실력이 뛰어나고 인성이 훌륭하면 국적을 떠나 존경하고, 좋아하고, 배우려고 해야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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