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항간에 특허침해는 특허 권리자 입장에서 소송으로 가서도 별로 건질 게 없고, 침해자는 크게 손해날 것도 없다는 말들이 있었다. 과거형이다.

2021년 6월부터 특허, 상표, 디자인, 영업비밀 및 부정경쟁행위 등 모든 지식재산권에 대해 강화된 손해액 산정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식재산권의 침해 시 손해배상액 산정이 권리자의 생산능력에 따르지 않고, 침해자의 제품 판매를 기준으로 계산을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지식재산권 권리자의 생산능력을 넘어서는 침해행위에 대해서까지 사용허락 계약을 통해 받아야 했던 당연 이익, 합리적 실시료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기존의 특허권자의 생산능력범위 x 단위당 이익액이었다면, 현재는 (생산능력범위 x 단위당 이익액)+(초과분 x 합리적 실시료율)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또는 침해에 대해서, 또한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에 대해서도 피해액의 3배에 달하는 배상을 해야 한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고의적 침해에 대해 3배 배상제도를 규정했으며, 일본도 유사한 손해배상제도를 2020년 10월부터 도입하였고, 중국은 심지어 5배 배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허법 제128조 1항에 따르면,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고의 또는 과실로 자기의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 침해로 인해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되었는데, 동법동조8항에 따르면, 법원은 타인의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다.

통상적으로 대기업과 사업 제안 등의 사유로 거래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였으나 어떠한 계약의 성과도 없이 협상이 결렬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제안했었던 내용과 동일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아이디어 탈취 피해를 구제하도록 2024년 8월부터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아이디어 탈취 피해를 특허청에 신고하면 행정조사와 아울러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 2000만원이 부과될 수 있고, 시정명령을 증거로해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하게 활용하게 된다.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 퍼블리시티 침해, 상품형태 모방 등의 부정경쟁행위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이행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아이디어 탈취 등 부정경쟁행위로 행정조사해 처리한 사건 중에 시정권고까지 갔으나 1% 이하인 5건은 시정권고를 미이행한 바 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10곳 중 1곳 이상이 기술탈취 또는 영업비밀 관련 정보침해 피해경험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술탈취를 당해도 그 기술침해에 대한 기술탈취행위를 입증하는데 어렵다고 78.6%가 응답한 바 있다.

기술침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법원에서 합리적 손해배상액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객관적 손해액산정이 필요한데, 중기부가 기술침해 손해액 산정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침해를 받았을 때, 기술평가기관인 기술보증기금과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가 협업하여 정확한 피해금액 산정을 도와주는 제도이다.

특히 신정대상을 넓혀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직접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기술분쟁 조정, 중재 신청이나 진행 중인 중소기업,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인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 진행 중인 중소기업 등에서 모두 이 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기술보호울타리 누리집 참조).

다만 중소기업이 특허침해에 대해 곤란해하는 것은 특허침해 등 분쟁에 따라 시간, 노고, 비용으로 경영이 더욱 위험에 처할 우려도 있기에 빠른 시일 내 소송이 종결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행정부와 사법부 간 긴밀한 협업의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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