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종교 지도자 초청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 논의
진우스님 “평등 실현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종교 지도자를 초청해 평등법 입법 추진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출처: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종교 지도자를 초청해 평등법 입법 추진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출처:인권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의 차별 해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종교계가 한목소리를 냈다. 종교계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입법적 동력이 형성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별금지법 입법을 다시 추진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최근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관련 입법을 위한 소통에 나섰다. 

인권위는 지난 22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종단 지도자를 초청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입법 추진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원불교 교정원장 나상호 교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도교 주용덕 교령 대행, 유교 최종수 성균관장이 참석했다.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 주요 내용을 보고하고 평등법 제정에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진우스님은 “정부 부처 가운데 불교의 인간존중과 평등사상 실현에 부합하는 활동을 펼치는 곳이 바로 인권위”라면서 “불교 평등사상 실현을 위해 인권위와 함께 나아가겠다”며 법 제정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장애, 성별, 연령, 고용형태 등 차별 문제를 다루는 개별법이 존재하긴 하나 적용되는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차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거론돼왔다.

이에 차별 문제를 다룰 때 통일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인종·종교 등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입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는 이미 평등법이 존재한다.  인권위가 2022년 실시한 ‘평등에 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평등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큰 상황이다.  

국내 종교계에서도 평등법 입법을 지지하고 있으나, 종교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강력히 표출되고 있는 등 높은 국민적 공감대에 비해 입법은 더딘 상황이다. 

실제 국회에서는 2007~2013년에 7차례 평등법안이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 등의 이유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4건의 법안은 현재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인권위가 25일 한국의 여성 인권 상황을 담은 유엔(UN) 제출 독립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원안에 담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내용을 삭제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은 그간 보고서 원안에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내용이 담긴 것을 비판해 왔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인권위 일부 위원들이 차별금지법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넣는 것을 반대했고, 결국 표결 끝에 제외시킨 것이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와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주요셉 목사는 개신교 매체에 “그간 잘못된 인권 개념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해 온 인권위를 규탄해 왔는데 이것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고 환영하며 “다수의 보편적 인권에 눈감고 편향된 인권만을 대변해 온 인권위는 이번을 계기로 철저히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 온 시민단체들은 “인권위원들의 낮은 인권 의식, 성인지감수성의 결여로 엉터리 독립보고서가 나와 참담하다”며 “쟁점 권고들이 누더기가 된 채 의결됐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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