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 골 못 넣은 것 아쉬워… 향후 계획은 고민 중”

박은선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모습. 지난해 7월 25일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콜롬비아 경기에서 패스를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은선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모습. 지난해 7월 25일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콜롬비아 경기에서 패스를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 ‘장신 공격수’ 박은선(37)이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여자실업축구 WK리그 서울시청과 수원FC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선 후반전 시작에 앞서 박은선의 은퇴식이 열렸다.

박은선은 고교생이던 200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선수권대회로 성인 국가대표 생활을 시작해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주목받은 공격수다.

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 여자 월드컵에 출전할 정도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고, 이듬해엔 20세 이하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8골을 터뜨려 최우수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위례정보산업고를 졸업한 뒤 성인 무대에선 WK리그 서울시청에서 주로 활약했고, 이천대교, 구미 스포츠토토도 거쳤다. 2014∼2015년엔 러시아 로시얀카에서 뛰기도 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서울시청에서 뛰었다.

박은선은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준비한 기념 액자와 트로피 등을 받고, 옛 동료들의 축하도 받았다.

박은선이 소속팀 동료였던 서울시청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은선이 소속팀 동료였던 서울시청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은선은 “은퇴식을 열어주신다는 연락을 받고는 놀랐다. 신경 써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홀가분하고 기분 좋게 은퇴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은선은 182㎝의 큰 키에 탄탄한 체구를 갖춰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거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선수 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다.

2005년 서울시청에 입단했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들은 대학에 입학해 2년간 뛰어야 한다’는 여자축구연맹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받았다.

국가대표팀이나 소속팀에서 이탈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13년엔 다른 WK리그 구단 감독들이 ‘성별 검사’를 요구해 파문이 이는 등 마음고생도 작지 않았다.

박은선은 “그때는 지금보다 어렸으니 힘들었지만, 이제는 지난 일”이라며 "주변에서 감독님과 가족 등이 도와주시고, 제가 축구를 워낙 좋아했으니까 그런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20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꾸준히 자리를 지키지 못해 A매치 출전은 48경기에 그쳤다. 득점은 20골을 기록했다.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 이후 한참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던 그는 2022년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의 부름을 받아 7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대표 생활을 마무리했다.

박은선은 이날 현장을 찾은 벨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박은선은 “감독님 덕분에 유종의 미를 거둬서 영광스럽다. 그렇게 은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릴 때부터 월드컵에 세 차례나 출전했는데, 공격수로서 본선에서 골을 넣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되짚었다.

후배들을 향해서는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축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축구 관련된 것을 비롯해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어렵고 힘들 때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즐겁게 웃으면서 뛰었던 선수로 좋게 기억에 남고 싶다.”

박은선의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박은선(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은퇴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은선(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은퇴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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