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오컬트 영화로는 최초로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악령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 장르 영화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파묘’는 거액의 의뢰를 받아 부잣집 조상묘를 파냈다가 기이한 일을 겪게 된 사람들 이야기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독립과 항일의 상징을 찾는 것도 관람의 재미 중 하나다.

영화 속에는 중심 이야기를 끌어내는 한 캐릭터에만 집중하지 않고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아 재미를 더했다. 파묘는 흙을 기초로 그 위에 불, 물, 쇠, 나무의 요소를 움직이게 했고 조상귀신이 돌아다닐 때는 물, 불, 쇠, 나무를 배치하며 스토리텔링의 디테일을 한껏 살렸다.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원인은 세대별로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2030세대부터 4050세대까지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고르게 나타났다. 관객들은 영화 내내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에 심취하며 꼼꼼한 묘사, 신선함에 표를 던지고 있다. 파묘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다루고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의 조화, 장례 문화를 중심 소재로 사용하고 토속·민속신앙까지 투입했다. 인간과 영혼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의 독창적인 캐릭터 구축도 빽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크게 작용하며 재미를 높였다.

장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검은 사제들’도 5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이 정도 열기는 아니었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된 짜임새 있는 엑소시즘이 더해진 오컬트 영화다. 신부들을 주인공으로 구마의식, 성수와 익숙지 않은 주문 등은 관객들에게 신비감과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결말이 뻔히 눈에 보이는 ‘엑소시스트’ 같은 느낌은 한계로 다가왔다.

두 인물의 심리적인 동기와 목적에 초점을 맞춰 사제와 악마의 상충되는 갈등과 불길한 기운은 이미 할리우드 오컬트 영화에서도 익숙한 스토리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에서도 소녀의 몸에 깃든 악령이라는 설정과 초점을 통해 퇴마의식에 맞춰 긴장의 최고조로 이끌어가는 영화 공식은 기존 ‘엑소시스트’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영화가 기억의 잔상들로 오랫동안 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야 하며 재미가 있어야 되고, 새로운 창작적 실험이 있어야 된다.

이러한 점에서 파묘는 공포와 초자연적인 현상에 한국적 리얼리티를 가미한 오컬트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파묘는 조상 묘를 잘 쓰면 후손이 복 받는다는 믿음, 조상 묘에 물이 차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 땅의 기운을 끊으면 나라가 힘을 잃는다는 믿음 등 다양한 스토리를 가미시키며 인간이 지닌 공포, 슬픔,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냈다. 관객들에게 억지로 공포를 선사하거나 반전을 삽입하는 것을 자제하고, 과학과 미신 사이 미묘한 줄타기를 보여주는 오컬트 장르로 시작해 일제강점기 만행 이야기가 곁들어지며 재미를 높였다. 또 배우들이 도전적인 캐릭터를 시도하며 자기 한계를 넘어선 열정도 보여줘 흥행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롱테이크로 구성된 무빙과 디졸브 효과, 바람 소리, 자연의 배경 등을 통해 한층 발전된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의 한 단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오컬트 영화의 흥행 질주가 계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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