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대사 소환 요청에도
포렌식 분석 등 이유로 거부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 발목
지도부 공백도 의사결정 영향

[인천공항=뉴시스]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3.21.
[인천공항=뉴시스]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3.21.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채모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총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그 어느 때보다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공수처는 인력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리며 수사에 큰 진척을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24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22일 공수처는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공수처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사건관계인(이 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수사팀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해당 사건관계인에게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를 직접 불러 조사하기엔 사실상 준비가 덜 됐다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엔 공수처의 인력 문제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 (제공:공수처) ⓒ천지일보 2023.02.2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 (제공:공수처) ⓒ천지일보 2023.02.21

현재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을 담당하는 부서는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다. 해당 부서는 부장검사를 제외하면 평검사가 4명이 있다. 공수처 부서 중에선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수사4부는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수사만 하는 게 아니다.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표적 감사했다는 의혹도 맡았다.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기엔 인력이 모자란 편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나 반부패수사부의 경우 공수처 수사부의 2배에 가까운 검사 인력으로 운영된다. 제일 인력이 적은 공공수사3부가 부장 포함 7명의 검사가 있다. 

또 비슷한 수사외압 의혹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당했던 수원지검 형사3부 역시 현재의 검사실 배치를 기준으로 공수처 수사4부보다 검사 수가 더 많다. 

공수처 수사4부 인력 충원도 여의찮다. 현재 ‘공수처 특별수사본부’가 있던 시절 이대환 부장검사와 함께했던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이 지원 근무 형태로 수사4부를 돕는 게 전부다.

검사 외에도 다른 검사실의 수사관들을 지난 1월 수사4부로 파견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이동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타 부서에서 수사4부에 인력을 투입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른 검사실도 거의 최소한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2층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제공: 공수처)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2층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제공: 공수처)

이 관계자는 “국민들 보시기에 다소 조금 답답하게 진행이 된다고 이제 느끼실 수도 있고 지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저희로선 저희한테 주어진 여건·조건 속에서 나름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라는 게 갑자기 액셀을 밟아 100m 전력 질주하듯 할 수도 없지 않느냐. 우리 여건 속에서 움직여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토로했다.

처·차장이 나란히 공석인 점도 공수처의 빠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김진욱 전 공수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은 지난 1월 모두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후 후임 선정은 오리무중이다. 공수처가 대통령실하고도 진실 공방을 벌이는 현시점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1명을 지명하는 과정에서도 큰 논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게다가 4.10 총선도 껴 있어 총선 전엔 지명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부모 없이 자식들끼리 집을 꾸려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처·차장이 없는 상황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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