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체엔진 시험은 괌 등 美기지 겨냥 사거리 연장 시도인 듯

5년 목표 조기달성 선언했지만 정찰위성 등 일부는 엇갈린 평가

‘전술핵탄두’부터 ‘군사정찰위성’까지… 대남‧대미 위협 강도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4.3.8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4.3.8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지난 19일 이뤄진 이번 시험의 성공으로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 완성을 위한 시간표가 확정됐다고 밝혔고, 이로써 2021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목표로 제시한 전략무기 개발이 완결됐다고 선언했다.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 일정이 결정됨에 따라 3년여 전 당 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개발 5개년 계획을 3년여 만에 조기 달성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남한과는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 현실 속 대남‧대미 위협의 강도가 그만큼 커진 셈인데, 북한의 군사력 증강이 어느 정도 진척됐을지 짚어봤다.

◆북 추가 극초음속 고체엔진 시험 배경은

북한은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사일총국과 산하 발동기(엔진)연구소가 전날 오전과 오후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 엔진의 지상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통신이 발행한 사진을 보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엔진 시험은 작년 11월 중거리 탄도미사일용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1단, 2단 엔진 연소 시험이 각각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11월에 시험한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추진체에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해 올해 1월 14일 시험 발사를 실시했고, 시험 다음날 엔진의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이 조만간 이번에 시험한 엔진을 장착한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군 당국은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추가로 실시한 건 극초음속 미사일 추진체의 성능 개량을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년 11월 고체연료 엔진시험 때보다 화염 길이 길어진 걸 근거로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사시 괌 등 미군 증원 전력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 사거리를 늘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시속 6120㎞ 이상)로 비행하며 추적 및 요격이 어려워 무기체계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 괌 등에 배치된 PAC-3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의 요격 체계로는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완결 선언한 전략무기 개발 정도는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5개년 계획기간의 전략무기부문 개발 과제들이 훌륭히 완결된 데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고도 통신은 전했다. 이날 시험의 성공으로 3년여전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개발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라 남한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대남 공격을 위한 전술핵무기 개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명중률 제고,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극초음속미사일, 기습공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과 물속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 상대 진영을 살피기 위한 정찰위성 등을 5대 과제로 제시했다.

군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목표로 한 무기의 대부분은 개발이 완료됐거나 완성 단계지만, 영상을 실제로 전송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 ‘만리경-1호’로 명명된 군사정찰위성 등 일부는 조악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최근에는 북한 정찰위성이 한일 상공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돼 진위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북한은 8차 당 대회에서 ‘핵기술 고도화’를 핵심 과업으로 제시했다. 핵무기 소형·경량화와 전술무기화, 초대형 핵탄두 지속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했다. 초대형 핵탄두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지속 생산이라는 언급에 비춰 당 대회 전에 이미 생산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향후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북한이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를 목표 지점으로 실어 나를 투발 수단인 미사일을 다각도로 개발 중인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탄두와 투발 수단이 동전의 양면처럼 어금지금 맞물려 있기 때문인데, 북한이 특히 전술핵을 각종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체계에 장착할 수 있게끔 소형의 표준화한 형태로 제작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탄두 실을 고체 ICBM 등 투발수단 다양화

북한은 타겟(목표) 지점은 역시 미국 본토다. 대표적 투발 수단이 ICBM인데, 북한은 그간 액체 연료를 쓰는 화성-15형, 화성-17형을 꾸준히 시험하다가 지난해 4월 고체연료를 쓰는 화성-18형을 처음 시험 발사했다. 미사일의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면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지고 발사 전 징후 포착이 어려워진다. 사전 연료 주입 단계가 필요 없어 신속성과 기습 능력이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당 대회 당시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극초음속 활공체(HGV) 등 탄두를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다. 북한은 당 대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9월과 2022년 1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전했고,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이날은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에 쓸 엔진을 새로 개발해 시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기술이 지원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핵어뢰와 잠수함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24일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공개했고, 나흘 뒤에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1형을, 올해 1월에는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을 공개했다. 이는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목표에 따른 것인데, 북한은 이 무기가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해 수중 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8일 ‘김군옥영웅함’이라는 잠수함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식의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분류했는데, 김군옥영웅함이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쏴서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부른 것이다. 통상 핵잠수함이라는 표현은 원자력을 이용해 추진되는 잠수함에 붙는다. 그래서 북한은 별도로 핵으로 추진되는 잠수함도 개발하겠다고도 한 상태다.

북한은 군사 목표의 ‘최중대 선결과업’이라고 할 만큼 공을 들여왔던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해 두 차례 실패 뒤 11월 21일 3차 시도 만에 달성했다. 올해도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이 위성에 대해 “일을 하는 징후는 없다”고 깎아내렸다. 위성이 촬영물을 지상으로 보내는 등 활동은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1일에는 북한 정찰위성이 한일 상공에서 정상궤도로 비행하고 있고, 특히 북한이 정찰위성을 제어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일본 요미우리 신문을 통해 제기되는 등 엇갈린 평가도 나오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9일 오전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날 지상 시험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2024.3.20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9일 오전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날 지상 시험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202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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