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 21일 오후 8시 상암동에서 태국과 월드컵 예선

손흥민과 이강인이 호흡을 맞춰 경기에 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손흥민과 이강인이 호흡을 맞춰 경기에 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강태산 기자] ‘벼랑 끝’에 선 한국 축구가 태국을 상대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화해와 속죄’의 합작골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치른다. 이어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4차전을 벌인다.

한국은 앞서 싱가포르와 중국에 연승한 덕에 승점 6으로, 2위 태국에 승점 3 앞서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조 2위까지 3차 예선에 오른다. 때문에 한국은 태국에 2연승 하면 사실상 다음 단계 진출을 확정 짓게 돼 부담 없이 5, 6차전을 준비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순히 승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달 끝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4강에서 탈락했다. 그나마 4강까지 오른 것도 행운이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개념 없는 전술과 빈약한 골 결정력, 허술한 수비 등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따라서 이번 태국과의 경기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아시안컵의 전철을 또 밟게 된다면, 한국 축구는 벼랑 끝에서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다득점과 함께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이강인의 돌발 행동으로 비롯된 ‘하극상 논란’의 상처도 씻어내야 한다. 아시안컵에서 이강인은 주장 손흥민에게 대거리를 하며 팀의 분열을 초해하고 질서를 무너뜨렸다. 팬들은 충격에 빠졌고, 축구계는 혼란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이강인이 사과하고 손흥민이 너그럽게 포용했지만,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이강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여전하고, ‘원팀’은커녕 사분오열된 오합지졸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가시지 않았다.

이강인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손흥민을 비롯한 선배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이강인은 팬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손흥민-이강인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손흥민-이강인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A매치 임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도 아니고, 두 개의 국가 대표팀을 겸직케 한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축구협회의 안일하고 무능한 행정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한민국 축구의 현주소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당장 승부를 펼쳐야 한다. 태국은 우리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79계단이나 낮은 101위다.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팀을 상대로 ‘속죄’ 운운하는 것이 격에 맞지 않지만, 그만큼 한국 축구가 절박한 상황이다.

한국은 태국과 역대 전적에서 30승 7무 8패로 크게 앞선다. 2000년대 이후로는 맞대결한 적이 거의 없다. 2016년 태국 방콕에서 치른 평가전이 유일하다. 당시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객관적으로는 상대가 안 되는 팀이지만, 태국이 상승세를 탄 터라 만만하게 볼 수도 없다. 동남아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꼽혀온 팀이다. 지난해 일본 출신의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더 단단해졌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16강에 올랐고, FIFA 랭킹을 12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일본 J리거 공격수 수파촉 사라찻(콘사도레 삿포로), 스트라이커 수파차이 차이디드, 벨기에 루벤에서 뛰는 수파낫 무에안타 등 ‘수파 트리오’를 중심으로 펼치는 역습이 날카롭다. 스웨덴 출신의 혼혈 장신 센터백 엘리아스 돌라(발리 유나이티드)를 앞세운 세트피스 공격도 매섭다.

‘높이 싸움’도 예전 같지 않다. 한국이 ‘큰 키’를 이용해서 득점하거나 수비에 우위를 보이기가 쉽지 않다. 태국의 돌라는 키가 196㎝, 그의 파트너 판사 헴비분은 191㎝에 달한다. 한국 중앙수비진의 김민재(190㎝), 김영권(185㎝)보다 크다.

 

축구대표팀이 1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태국 2연전에 대비한 첫 소집 훈련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출처: 연합뉴스)
축구대표팀이 1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태국 2연전에 대비한 첫 소집 훈련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출처: 연합뉴스)

‘황선홍호’는 빗장을 굳게 잠근 채 태국전을 준비해 왔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도 취재진에 전면 공개하지 않았고, 공식 기자회견 외에는 선수와 취재진의 대화도 차단했다. 팬미팅 행사도 취소했다.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고, 불필요한 논란은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손흥민과 황선홍 감독이 훈련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대한축구협회)
손흥민과 황선홍 감독이 훈련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대한축구협회)

대표팀은 19일과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했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인범(즈베즈다), 김민재(뮌헨), 홍현석(헨트), 조규성(미트윌란) 등 유럽파 선수와 국내파 선수들이 완전체를 이루어 호흡을 맞췄다. 

 

김민재(왼쪽)와 김영권 (출처: 대한축구협회)
김민재(왼쪽)와 김영권 (출처: 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이 19일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강인이 19일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악몽이 될지,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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