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의정갈등 점입가경
의대 교수들, 25일부터 사직
정부, ‘2천명 증원’ 원칙대로
“잘못된 고리 반드시 끊어야”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교수연구동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교수연구동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집단행동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집단사직서를 내기로 하면서 의료현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에 이어 이번엔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사직을 결정한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과거 집단행동과 패턴이 똑같다”며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에도 2000명 증원 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7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지난 15일 밤늦게까지 20개 의대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연 뒤 16개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25일은 이르면 근무지 이탈 전공의에 대한 첫 면허정지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고된 날짜다. 의대 교수들이 25일을 사직서 제출일로 결정하면서 이날 이번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사직서 제출을 결정하지 않은 4개 대학은 다음 주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를 토대로 사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사직서 제출을 결정한 의대의 설문 결과에서는 집단사직에 동의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찬성률이 가장 낮은 의대가 73.5%였고, 가장 높은 곳은 98%였다.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의료현장을 지키겠다고 한 만큼 당장 의대 교수들이 무더기로 병원을 떠나는 일은 없겠지만, 이미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의료현장의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집단행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앞서 2000년 의약분업 추진 때도 의료계는 전공의부터 동네의원까지 대규모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고, 의료대란 현실화에 겁을 먹은 정부는 ‘의대 정원 10% 감축’과 수가 인상 등으로 양보했다.

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때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즉각 ‘총파업’을 선언했고, 전공의들은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의대생들은 동맹휴학과 함께 의사 국가고시마저 대규모로 거부했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 선언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정부는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항복 선언’을 했다.

이번에도 의협이 먼저 파업을 언급하며 정부와 갈등을 빚은 뒤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고,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에 돌입했다. 전공의에 이어 인턴, 전임의들이 떠났고, 이제 의료현장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교수들마저 집단사직을 예고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당시와 비교하면) 학생과 전공의들이 먼저 집단행동을 하고, 그다음 순서로 교수들이 제자들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똑같은 패턴”이라고 말했다.

박 2차관은 “정부는 이번에 이 같은 의사들의 잘못된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앞으로 모든 보건의료정책을 해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집단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실제 수리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박 2차관의 판단이다. 나아가 교수들이 진료현장까지 떠나는 경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