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수수료‧광고비‧배송비 ‘공짜’ 내걸고 제조사 빨아들여
韓유통업계 ‘최대 82%’ 제살깎기… 유통전쟁 최후 승자는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소비자들이 쿠팡‧네이버‧마켓컬리 등 국내 온라인 앱 대신 중국 이커머스 선두자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로 옮겨가고 있다. 유통가에 대규모 할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알리 입점했다.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최대 식품‧음료기업과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생활용품 업체가 줄줄이 알리 한국 전용관 ‘K베뉴’에 입점했다. 

여기에 알리가 내놓은 판매 수수료 ‘무료’, 배송비 면제, 광고비 ‘공짜’ 등 매력적인 초기 입점 혜택에 국내 제조사들이 입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C(중국) 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반감을 의식해 K베뉴에 입점했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리는 일명 ‘샤이(수줍음) 알리’ 현상도 나타났다. 기존 거래처인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자사 창립 14주년을 기념해 역대급 할인에 나섰다. 입점 업체에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고 광고까지 대신해주겠다는 것이다. C 커머스 공세에 쿠팡과 네이버,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유통업체들은 신선식품만큼은 안 뺏긴다는 대응전략으로 ‘먹거리’ 할인에 ‘가격 파격’까지 선언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롯데‧신세계 같은 국내 대형 유통사가 주도했다면 이제는 알리나 쿠팡이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행사를 다른 유통업체들이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익스프레스 13주년 애니버서리 세일 이미지. (출처: 알리쿠폰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알리익스프레스 13주년 애니버서리 세일 이미지. (출처: 알리쿠폰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알리 쏜 온라인 ‘3월 할인 대전’에 테무까지

중국 이커머스업체 알리는 이달 18~28일 자사 창립 14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할인전 ‘알리 애니버서리’를 준비 중이다. 매년 3월 창립 기념 행사를 열어온 알리는 올해는 보다 많은 공동 구매 상품과 초저가 할인 품목을 선보이며 한국 고객을 더욱 빠르게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알리는 일단 해당 행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한국 입점 업체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 측이 쿠팡‧네이버쇼핑보다 더 저렴하게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한해 일정 기간에 걸쳐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사몰에서 가장 돋보이는 위치에 상품 광고도 해주겠다며 한국 업체 모집에 나선 상황이다”라고 했다. 

특히 가공식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식품의 경우 반복 구매율이 높아 고객을 잡아두는 효과가 있고 이번 기회에 중국 이커머스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먹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알리의 이 같은 행보에 ‘더신선’‘바다내음’ 등 국내 신선 먹거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위플’이 최근 알리에 입점해 딸기, 오렌지, 각종 신선 정육과 수산물을 팔기 시작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이나 농심 같은 국내 대형 식품업체들도 알리에 입점해 햇반‧스팸‧비비고만두를, 농심은 신라면‧짜파게티‧보노크림스프를, 위플은 설향 딸기, 오렌지 등을 국내 온라인 쇼핑몰보다 저렴한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다.

알리는 창립 기념 세일에 맞춰 각종 초저가 상품 공동 구매도 준비 중이다. 오는 18일부터 무선청소기, 미니 PC와 스피커, 캠핑용 접이식 테이블 등을 시중보다 20~40% 저렴하게 판다는 방침이다. 

알리 관계자는 “샤오미 무선청소기 등은 각종 쿠폰 할인을 더해 한국 가격으로 15만원 정도에 판매하고 국내 애프터서비스(AS)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저가 상품 전문 쇼핑몰 테무도 3월 할인전에 참전한다. 테무는 3월 한 달 신규 앱 설치 고객에게 15만원어치 쿠폰 세트를 주는 한편, 차량용 진공청소기, 아이폰 충전기 같은 가전제품을 초저가에 내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송이 지연될 경우엔 5300원의 크레디트를 제공하고 90일 이내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창립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이미지. (제공: 홈플러스)
홈플러스 창립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이미지. (제공: 홈플러스)

◆C커머스 ‘유통 대란’에… 쿠팡 ‘일본 직구’ vs 롯데‧신세계 ‘먹거리 할인’ 맞불

중국 이커머스업체들의 3월 할인 공세에 맞서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쿠팡은 먼저 중국 이커머스에 대항하기 위해 11일부터 처음으로 로켓직구(타사보다 빠른 해외 직접 구매 서비스)를 일본 브랜드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닛신, 메이지, 르타오 같은 일본 상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14일까지 4일간 일본 직구 상품을 4만 5000원 이상 구매하면 3000원 할인 쿠폰을 준다. 이른바 ‘벚꽃 시즌 세일’도 준비 중이다. 이유식과 장난감을 최대 82%까지 할인하고 19일과 29일 오전 7시 일부 식품을 990~1만 9990원에 판매한다. 

대형마트는 지난달에는 매달 돌아가며 먹거리와 일상용품 50여개 상품을 초저가에 제공하는 ‘가격역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C 이커머스에 견줄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월 단위로 ‘가격 파격’ 행사를 도입해 농산물과 같은 신선‧가공식품이나 간편식 등의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정상가 대비 판매가를 대폭 낮췄다.  

롯데마트도 신선식품 할인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먼저 14~20일 LA갈비와 꽃갈비 상품 등을 선보인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상품1부문 산하 신선식품본부에 있던 신선식품MD(상품기획)팀을 부문장 직속으로 편재했다. 이 팀에서 농‧축‧수산물 등의 상품 개발과 트레이딩, 상품안전 등과 관련해 대형마트와 슈퍼 간 협업을 강화한다. 

국내 온라인 마켓도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SSG닷컴은 익일배송 서비스 4배 확대, 롯데온은 디지털 가전 판매자 수수료 5% 할인, G마켓은 신선식품 스마일배송 확대, GS샵은 신선식품 품질 불만족 시 100% 환불 등을 내건 메기효과가 일어났다. 여기에 국내 신선식품 영역까지 중국 온라인 마켓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파이 나눠먹기는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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