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네타냐후에 불만 토로
“이스라엘 돕기보단 해 끼쳐”
라마단 앞서 가자 협상 가속

7일(현지시간) 라마단을 앞두고 해질 무렵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알 아크사 모스크 전경. (출처: 뉴시스)
7일(현지시간) 라마단을 앞두고 해질 무렵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알 아크사 모스크 전경.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최악의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에게 공격받은 이스라엘의 보복 권리에 대해서는 지지를 표명했으나 전쟁 5개월째가 되자 가자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 간 균열이 커지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MSNBC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이스라엘을 돕기보다는 더 해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그는 취해진 조치의 결과로 무고한 생명을 잃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하고, 두 정상 간의 관계가 점점 더 긴장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수개월 동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상자 증가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에 대해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와 상반되는 일”이라며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13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피난처로 삼고 있는 라파를 침공할 가능성에 대해 ‘레드라인’이라고 지칭하면서도 미국이 지원하는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을 차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엔 네타냐후 총리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마이크에 잡혔다.

민주당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내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계속 압박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을 (다른 곳에) 전하지 말라”면서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에게 당신과 나는 ‘예수 앞으로 나아가는 만남(come to Jesus meeting)’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라고 답했다. 이는 누군가가 기독교인이 되는 과정처럼 그동안의 과오를 고백하고, 새롭게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근처에 있던 보좌관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마이크가 켜져 있음을 알리자 그는 “지금 핫 마이크(hot mic,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말하는 것)였다”며 “좋아요, 좋아”라고 반응을 보였다.

지난 12일 미국이 반대한 유엔총회의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표로 채택이 되면서 세계 무대에서의 미국의 영향이 적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0월 18일 이스라엘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출처: 뉴시스)
지난 12일 미국이 반대한 유엔총회의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표로 채택이 되면서 세계 무대에서의 미국의 영향이 적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0월 18일 이스라엘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출처: 뉴시스)

◆협상 밀어붙이는 중재국들

11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 금식성월(라마단) 기간 점령된 서안 지구와 예루살렘에서 폭력 사태가 확대될 우려가 커진다. 이에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중재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인질 협상과 임시 휴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10일 악시오스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은 지난 주말 요르단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르니아 국장을 만나 가자지구 인질 협상 타결을 논의했다.

아랍 중재국도 라마단 시작에 맞춰 이틀간 전투를 중단하는 방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협상에 실패한다면 요르단이 관리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출입을 통제하는 무슬림과 유대인의 성지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모스크를 중심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8일 라마단 기간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붙인 작전명인 ‘알아크사의 홍수’ 확대를 촉구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라마단 기간 모든 전선에서 대결과 시위를 벌이고 “알아크사 사원으로 모일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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