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정부 임기동안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2.5.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정부 임기동안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2.5.9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된 지 2주째다. 스트레스 DSR이란 기존 DSR 규제에 향후 금리가 인상됐을 때를 고려해 차주의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다만 전세대출이 제외됐고,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유발할 수 있는 등 단점이 뚜렷하다.

DSR은 대출자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대출자의 한 해 원리금 상환액(실제 금리 기준)을 연 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전에는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대출이 가능했다.

반면 스트레스 DSR은 실제 수치에 ‘잠재적 인상 폭’을 더한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향후 금리 상향 시 늘어날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고려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은행권에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을 고려해 금리 인상 움직임을 추가로 보이고 있다. 고려해야 할 항목이 더해지면서 대출 조건이 이전보다 상당히 까다로워진 셈이다.

이번 규제는 금리 안정성 측면에서 고정금리 기간과 변동금리 조정 주기를 늘리기 위함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2015년 10위였던 반면 현재는 세계 4위 안에 들 정도로 상승세가 빠르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장기 지속할 시 상환부담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2023년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한은은 “높아진 금리 등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나고 관련 신용리스크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전보다 대출 상환부담을 깐깐하게 보는 스트레스 DSR의 적용 이유를 분명하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적어도 스트레스 DSR을 예고한 시점인 지난해 12월 직후 가계대출 등 수치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가 폭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2월만 해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 371억원으로, 전달(695조 3143억원) 대비 7228억원 늘었다. 지난 1월 증가 폭이 2조 9049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반절 이상 준 셈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가 얼마나 효용성을 보일지 의문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 스트레스 DSR 적용대상에 전세대출이 빠졌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전세대출은 지난 2022년 말 기준 약 170조원으로 최근 3년 사이 70% 가까이 증가했다. 전세대출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로 계속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사적 부채라고 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규모도 약 1000조원에 달한다.

침체기를 겪는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4주 연속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스트레스 DSR이 집값을 과도하게 하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상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부동산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 시장 경제에선 국가의 과한 개입은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딛고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이전 정부보다 나은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현 정부는 부동산 부양책부터 과열 방지책까지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의 가계대출, 부동산 문제는 워낙 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다만 현 정부가 ‘작은 정부(정부 규모를 축소시켜 재정지출을 줄이고 민간 자율성을 높이는 체제)’ 기조를 고수하며 각종 규제를 완화해온 걸 고려하면, 이번 스트레스 DSR은 괴리감이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치 이전에 내놓은 여러 완화 정책들로 인한 부작용 조짐이 보이자 수습하기 위해 낸 대책으로 비친다는 의미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제도의 순기능 여부다. 스트레스 DSR이 가계대출 상승 완화 측면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보려면, 전세대출 등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민간 대출이 줄면서 커질 정책모기지 규모를 관리할 계획이 필요하다. 

앞서 정부도 이러한 요소를 언급한 바 있지만, 중요한 건 시점이다. 전세대출을 대상에서 제외한 부작용을 겪고 대안을 마련하는 식이면 곤란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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