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밀’ 스틸 컷.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영화사 도로시㈜)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마주하고 싶진 않지만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이라는 순간.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면 트라우마나 기억은 지속되기 마련인데, 살인이라는 강력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숨을 거뒀다면 얼마나 치가 떨릴 정도로 분통하고 괴로울까. 살인으로 희생당한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의 숨죽인 상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 ‘비밀’은 우리사회에 어떤 화두를 던질지 귀추가 주목되는데.

영화 ‘비밀’의 내용은 이렇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 극적으로 범인을 검거한 형사 ‘상원(성동일 분)’은 홀로 남겨진 살인자의 딸을 데려다 키운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평온한 부녀 앞에 비밀을 쥔 의문의 남자 ‘철웅(손호준 분)’이 ‘정현(김유정 분)’의 선생님으로 나타난다. 살인자의 딸, 그 아이를 키운 형사, 그리고 모든 비밀을 움켜 쥔 철웅. 만나지 말았어야 할 세 사람의 재회로 10년 전 그날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영화는 철저하게 주인공 세 사람을 구분 짓는다. 살인자를 검거한 형사, 살인자 손에 죽은 피해자의 유족, 살인자의 딸, 이 세 사람이 10년이라는 시간 이후에 겪게 되는 상처와 진실을 차근차근 전달해 나간다.

특히 부정할 수 없는 살인자의 딸인 정현과 살인자에게 약혼녀를 잃은 철웅이 10년 뒤 재회하면서 겪게 되는 분노의 딜레마는 그 어떤 위로도, 정답도 없이 더더욱 그 덩치만 커져 간다.

영화 속에서 살아남은 유족은 모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가슴에 응어리를 눌러가며 그렇게 순간을, 시간을, 세월을 살아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일’을 잊으려 취미를 갖거나 소풍을 다니는 일상적인 모습은 살아남은 자들의 악착과도 같은 시간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난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관객과 공감하는 순간이다.  

▲ 영화 ‘비밀’ 스틸 컷.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영화사 도로시㈜)
살인자의 딸을 연기한 김유정의 깊어진 내면과 그동안 익살스러운 이미지로 어필했던 손호준의 슬픈 눈빛은 영화 전반에 강한 흡입력을 자아낸다. 더불어 기존 육아 예능에서 진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던 성동일의 스크린 딸바보 아빠 연기는 보다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한다.

죄와 벌, 증오와 용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윤리적 딜레마를 완성시킨 성동일, 김유정, 손호준의 새로운 앙상블을 담은 영화 ‘비밀’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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