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1000명가량 확대
‘교육질 악화’ 지적 고려한 것
정부 “의료개혁 마지막 기회”
광역응급의료상황실 내달 개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급격한 증원으로 의대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현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2027년까지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기로 했다. 또 의료대란 장기화를 대비해 오는 5월까지 개소 예정이던 5개 권역의 광역응급의료상황실도 내달 4일에 운영을 시작하기로 했다.

2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가량 추가로 늘린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의학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2027년까지 1000명까지 늘리고 실제 운영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현장 수요를 고려해 추가로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은 국민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의료현장 이탈한 전공의들은 국민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사 증원과 교수 증원이 함께 추진되면 의대생·전공의들에게 질 높은 교육과 수련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박 차관은 “‘전문의 중심’의 병원이 이뤄지고, 젊은 의사에게 국립대병원 교수가 되는 기회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도 했다. 그는 “국립대 병원이 지역의 역량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해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립대병원설치법에 따르면 서울대(법인화)를 제외한 경북대·전남대·부산대·충북대 등 9개 국립대 의대 교수는 1200명이다. 전임 교수 외에 700여명의 임상교수를 포함하면 현재 9개 국립대 의대 교수진은 19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가 의대 교수 1000명을 추가할 경우 거점 의대 교수는 임상 교수 포함 3000명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 개소 일정도 다음달 4일로 두 달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응급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중증·위급 환자의 전원을 종합적으로 관리·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장관은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공공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등 전국적인 비상진료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9일째 이어가고 있는 2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9일째 이어가고 있는 2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8.

정부는 앞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현장으로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 달 이후에는 의사면허 정지 처분과 구속수사 등 사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를 고발하고 전공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3월부터 시작할 사법절차 준비는 이미 마무리한 상태다. 특히 정부는 전날 일부 전공의의 자택을 찾아가 명령을 직접 전달했다. 우편이나 문자 등을 통한 업무개시명령을 회피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조치다.

이 장관은 “지금 전공의 여러분이 떠난 의료 현장에서는 절박한 환자들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고,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한편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일인 29일 기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300명가량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100개 수련병원의 서면 보고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이다. 이 중 1명 이상 복귀한 병원은 32곳이고, 10명 이상 복귀한 병원은 10곳이었다. 최대 66명이 복귀한 병원도 있었다.

근무자 이탈자 비율도 이틀 연속 줄었다. 복지부는 모수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비교하기 어렵지만, 근무지 이탈자 비율은 27일 73.1%보다 소폭 내려 이틀째 하락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2% 수준인 9997명이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 3000명의 약 95%가 근무 중인데, 이 중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72.8%인 907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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