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동안거 해제 앞두고 발표

성파스님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봉정 받은 불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출처: 뉴시스)
성파스님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봉정 받은 불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물보라 넘어 펼쳐지는 경치는 백로의 곧고 강한 다리와 물결을 이기는 힘이 아니면 보지 못하며, 쏟아지는 물줄기의 틈새를 보지 못하면 드러나지 않으리라. 그대들은 무슨 경치를 보았는가?”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이 24일로 다가온 동안거 해제를 맞아 법어를 발표하고, 앞으로도 부단히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성파스님은 21일 법어를 통해 “청규를 준수하고 대중이 화합해 화두참구의 일념으로 정진하니 다사다난한 세간 일이 꿈같이 스쳐 갔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화두에 깊이 몰입해 화두와 내가 하나가 되는 ‘화두참구(話頭參究)’ 속에서 “그대들은 무슨 경치를 보았나”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스님은 “산문을 나서는 수행자여, 세간의 많은 이들이 영축산의 봄소식을 묻는다면 어찌 답하려 하는가”라며 “영각 앞 자장매는 더욱 붉고 무풍한송은 더욱 푸르다 하리”라며 수행에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조계종의 5대총림 방장 스님들도 동안거 해제일을 맞아 법어를 냈다.

금정총림 방장 정여스님은 “석달동안 화두일여 속에서 확철해서 무겁게 짓누르는 의심 덩어리를 해결한 눈 밝은 납자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수행을 하고 정진하는 데는 결재 해제가 본래 없다. 해제 동안에도 자신의 본분사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자”고 주문했다.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은 “해제랍시고 제대로 수행도 하지 않으면서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느라고 짚신만 닳게 하는 수행자에게는 반드시 염라대왕이 짚신값을 청구하러 온다고 했다”며 “농부는 봄에 한 알의 종자를 심고 가을에는 추수를 한다. 세상 전체 노는 땅이 없지만 그런 농부도 굶어 죽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강조했다.

◆안거란?

안거는 현재까지 2600년을 이어온 전통적인 수행방식으로 출가한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 몰두하는 제도다.

안거의 유래를 살펴보면 수행자들이 우기(雨期)인 여름철에 돌아다니다가 폭풍우를 만나 피해를 보기도 하고, 또 이를 피하고자 초목과 벌레들을 살생하는 일이 많다 보니 생명을 보존하고자 이 시기에는 아예 외출을 금한 데에서 비롯됐다.

한국에서는 기후 조건에 따라 여름의 3개월과 겨울의 3개월 동안을 안거 기간으로 삼게 됐는데,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라 하고 끝내는 것을 해제(解制)라고 한다.

한국 불교에서는 음력 4월 15일 결제에 들어가 7월 15일 해제하는 하안거와 음력 10월 15일에 결제해 다음 해 1월 15일에 해제하는 동안거를 채택하고 있다. ‘몇 안거를 났느냐’ 함이 곧 승려의 수행 이력이 되기도 한다.

이번 동안거는 지난해 11월 27일 시작해 93개 선원에서 총 1861명이 수행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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