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통해 北문제 대응 의지

또 다른 긴장은 美에 부담 관측

북일도 이해관계 맞아떨어진 듯

북일 정상 만남 가능성엔 “글쎄”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7월 새 기록영화 '만대에 떨쳐가리 위대한 전승의 영광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정 대표단을 접견하고 초대한 연회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설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7월 새 기록영화 '만대에 떨쳐가리 위대한 전승의 영광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정 대표단을 접견하고 초대한 연회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설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 화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미국 정부가 일본과 북한의 외교적 접촉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북일 정상 간 만남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미국이 반대하고 나서지 않는 배경도 관심사다.

조만간 양측의 고위급 접촉이 추진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실제로 북일 정상회담이 가시화할지 주목된다. 지난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일본 수상 평양 방문’ 관련 담화를 계기로 촉발되는 양상이다.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서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감안한 외교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편향 외교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라 외교가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먼 얘기일 수 있지만 북일이 수교라도 하게 된다면 한국은 속칭 ‘낙동갈 오리알’ 신세에 처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북한을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규정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어떨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美 “日의 대북 관여 반대 안해”

미국 정부가 일본의 대북 관여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의 목표라는 원칙도 확인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일 대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 외교 접촉을 지지한다”며 “우리도 북한이 원한다면 외교 접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이어 “우리는 역내가 안정되기를 원한다”며 “그런 대화가 역내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당연히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 조짐과 관련해 “북한의 제안에 대해 알고 있다. 아직 일본 정부의 반응을 보지는 못했다”면서 “하지만 북한 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우리의 정책은 계속 유지될 것이며,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일본이 북한의 정당방위권과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역내 안정 조성시 환영” 의미는

미국이 자신을 제치고 자체적으로 북한 문제에 적극 관여하는 일본을 반대하지 않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겉으로 일본을 믿을 만한 동맹이라고 언급하지만 늘 경계하는 대상이고 더군다나 일본은 미국의 하부구조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역내 안정 조성 시 환영하겠다’는 조건부 표현에서 미국 정부가 북일 외교 접촉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는 있다.

북일 간 만남이 역내 안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속 유럽과 중동, 즉 두 개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는 입장이라 또 다른 군사적 긴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여력도 없을뿐더러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반도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일단 동맹인 일본이 북한 문제에 관여하려 드는 것을 거부할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자신의 영향력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산과 맞닿아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까지 자국의 안보 전략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고,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안보전략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미일 안보 강화를 첫번째 과제로 앞세웠는데, 이는 동아시아에서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 내 정치적 요인도 매우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초부터 북한과의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최근 그는 국내 지지율이 16.7%까지 떨어지는 등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경제난에 처해 있는 북한 역시 돌파구 마련 차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한미일 단일 대오에 균열을 가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보니 일본과의 접촉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선 이유다. 지난해 5월 납북자 귀국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조기 실현 의지를 밝히자 북한 외무성에서 일본 문제를 담당하는 박상길 부상이 담화로 화답했고, 김여정 부부장도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 있나

미국 정부가 일본과 북한의 접촉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만큼 북일 정상회담이 실현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정책 목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역내 안정을 위한 외교와 대화가 진행되는 것은 이와 맞물린 장기적인 목표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집권 1기 시절 북한과 대담한 톱다운식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후원하는 북한, 그리고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일본의 움직임이 동아시아 질서를 뒤흔드는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북일 간 근본적인 인식 차 때문에 성사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일본의 우선순위인 ‘납치자 문제‘는 거론조차 힘들어 지지율 최저점을 찍은 기시다 총리의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힌다는 지적이다.

미국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미국의소리(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일본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지 않고,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의 장애물로 삼지 않는다’는 이런 조건들 하에서는 의미 있는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임스 프르지스텁 허드슨연구소 일본 석좌도 VOA와의 통화에서 납치 문제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정상회담은 일본에서는 외교적‧정치적 실패로 간주될 것”이라며 “일본 입장에서 정상회담의 본질은 납북자 문제 해결인데 현재 정상회담의 틀에서는 그것이 실현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본이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고 북한이 이에 호응하는 듯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으로 봐서는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 16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유의하고 있지만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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