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매번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아시안컵 4강에 오른 축구 국가대표팀의 우승을 기원하며 많은 국민이 밤잠을 설치며 응원했다. 하지만 2-0으로 졸전을 펼치는 대표팀을 보며 그동안의 경기력과 다른 무기력한 패배에 울화가 치밀었다. 너무나 허무한 4강 탈락이었다.

무능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지만, 경기력 저조의 원인이 대표팀 막내 선수들의 철없는 돌발 행동도 원인이었다는 게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4강 전 전날 이강인 선수를 비롯한 막내 선수들이 탁구를 치며 분위기가 어수선하자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제지했다. 주장으로서 흐트러지는 분위기를 잡으려는 의도였을 게다. 이에 막내 선수들이 반발하며 몸싸움이 벌어졌고 손흥민 선수가 손가락을 다치는 사태까지 발전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전날에 의기투합해 정신 무장을 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몸싸움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애초에 다음날 경기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손흥민 선수는 주장으로서 느낄 좌절감과 분노가 컸을 텐데 응원하는 국민을 생각하며 참고 경기에 임했다.

이번 사태는 4강전이란 중요한 게임을 앞둔 전날 선수들을 장악해서 전력 분석과 정신력 강화 등의 스케줄을 주도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던 감독, 코치의 책임이 가장 크다. 축구는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선배 선수들이 사태의 중심인 이강인 선수를 팀워크 차원에서 선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지만 무능한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잘못을 못 느낀 막내 선수 3인방은 4강전이 벌어지기 직전 모여서 물병 던지기 놀이까지 했다.

손흥민 선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보호대를 하고 경기에 나서는 걸 보면서, 물병을 던지며 놀았다는 건 주장과 선배들을 우롱하는 행동에 가깝다. 당시 경기를 보면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에게 패스할 기회가 있음에도 안 하고 공을 뺏겨 실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4강전을 넘어 우승하길 염원하며 응원한 국민을 배신한 플레이다. 용서가 안 되는 행동이다. 국가 대표에게 주어진 무게를 감당할 만한 그릇이 아닌 선수다. 자신의 실력만 믿고 팀의 전력에 손실을 주고 국가적 망신을 초래한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슛돌이부터 축구 영재 소리를 들으며, 손흥민을 이끌 재목으로 손꼽히던 이강인 선수라니 실망이 더 크다. 축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영리한 플레이를 하고 축구를 잘하는지 안다. 어린 나이지만 그래서 더욱 위대하게 느껴지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실력은 갖췄지만, 겸손이 부족했다. 축구 실력이 뛰어나다고 국가대표가 되고, 인기 좀 얻어서 CF까지 찍으니 국민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10년 가까이 차이 나는 국가대표 후배들이 축구로 돈을 많이 벌고, 병역면제 혜택까지 일찍 받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헝그리정신’ 즉 간절함이 없었다. 주장의 지시에 반항하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선수들에게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근에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를 영국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니 다행이다. 철없는 행동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이번 실수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민들에게 손흥민 선수의 존재는 국가대표 주장 이상의 우상이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노력, 실력, 인성은 감히 그 어떤 선수도 넘어서기 힘들다. 지난 월드컵에서 마스크 투혼을 보며 눈물 흘린 국민이 많다.

손흥민 선수 아버지가 “손흥민은 절대 월드클래스 선수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는 게 겸손을 가르치기 위한 현명한 훈육이었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축구 실력만큼 먼저 인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대한민국 축구가 바로 서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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