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55% 무더기 사직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
1630명 근무지 이탈 확인
집단행동 피해신고 ‘34건’

필수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안과 진료실 앞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필수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안과 진료실 앞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의사들이 자기들 이익만 너무 앞세우는 게 못마땅합니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해서 지금 파업한다는 것은 진짜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최모(70, 남, 경상남도 창녕군)씨는 “세계적으로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의사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는 이날 새벽 5시에 경남 창녕에서 KTX를 타고 아내 이모(69)의 유방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세브란스병원에 보호자로 동행했지만,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망연자실했다.

정부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19일 오후 11시 기준 6415명(55%)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이날 파악됐다. 우려했던 대로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환자의 곁을 떠난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415명 중 1630명(25%)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직서가 수리된 경우는 없었고, 사직서를 낸 뒤에도 근무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근무지 이탈의 경우 세브란스 병원, 성모병원 등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나머지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세브란스 병원은 전체 전공의 612명 중 600여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 이외에도 전국 주요 종합병원에서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수술 취소와 연기가 속출했다.

또 1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19일 오후 10시 기준 전공의 109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57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한 29명을 제외한 나머지 근무지 이탈자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이미 명령을 내린 103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831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한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도 파악됐다. 19일 오후 6시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34건이다.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중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또 본인 요청에 따라 법률서비스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에 연계한 사례도 있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은 환자와 그 가족들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사직과 휴진을 조속히 철회하고,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인상하고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공의 대신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하기로 했다.

또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의대생들이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한꺼번에 휴학계를 내는 일도 현실화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7개교에서 1129명이 집단으로 휴학 신청을 했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5일과 16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이날 동맹(집단)휴학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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